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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민주당 지방선거 참패 오자와 “간 때문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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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간(左), 오자와(右)

10일 치러진 일본 지방선거에서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가 이끄는 민주당이 완패함으로써 간 총리가 다시 퇴진 압박에 몰리고 있다.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의 사고 수습이 지지부진한 데 대한 국민의 심판”이란 해석이 나오면서 집권 민주당 내부에서도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대표 그룹을 중심으로 ‘간 조기 퇴진론’이 대두되고 있다.

 이번에 치러진 12개 광역지자체 지사 선거에서 제1야당인 자민당은 전승을 거뒀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를 지휘한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간사장의 지역구로 그동안 민주당의 아성으로 불린 미에(三重)현 지사 선거에서도 패했다. 이뿐 아니라 41개 도부현(道府縣)의 지방의회 선거에서 민주당은 단 한 곳도 제1당이 되지 못한 반면 자민당은 40개 도부현에서 제1당이 됐다. 오카다 간사장은 11일 “동일본 대지진으로 정부 여당이 선거에 전념할 수 없었다”며 패배의 원인을 대지진으로 돌렸지만 벌써 책임론이 분출하고 있다.

 자민당의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총재는 11일 “이는 동일본 대지진 이후 정부의 무능에 국민이 퇴장 선고를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거론됐던 자민당의 연립정권 참여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자민당의 대승으로 물 건너갈 전망이다.

 야당은 이번 승리의 기세를 몰아 18일부터 열리는 참의원 예산위원회 집중심의에서 원전사고 대응의 미숙함을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이 경우 간 정권이 동일본 대지진 복구 및 부흥을 위한 각종 법안 처리와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등 산적한 현안을 처리하는 것도 힘들어질 전망이다. 야당은 정기국회 폐회일인 6월 22일 직전 중의원에 내각불신임을 제출할 태세다. 중의원에서는 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오자와 전 대표 그룹 등 일부가 찬성표를 던지고 나설 공산이 있기 때문이다. 설령 중의원에서 내각불신임안이 통과하지 않더라도 야당이 다수를 차지하는 참의원에서 총리 문책결의안을 통과시키면 법적 구속력은 없더라도 총리에게 ‘중대 결단’을 하게끔 압력을 가한다는 전략이다.

 실제 오자와 그룹은 11일 “간 총리가 1초라도 빨리 물러나는 것이 좋다”(마쓰키 겐코 전 농림수산성 정무관), “간 내각으로는 뭘 해도 안 된다는 국민의 심판이 있었던 만큼 즉각 사퇴해야 한다”(가와우치 히로시 의원)며 간 총리 사임의 불을 지피고 나섰다.

 그러나 간 총리는 “어림없는 소리”란 입장이다.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여러 의견이 있는 건 알겠지만 계속 총리로서의 책임을 다해 나간다는 입장에는 변함없다”고 사임요구를 일축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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