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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16명에게 물어본 ‘체지방 줄이는 비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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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분해 주사는 비만을 치료하진 못하지만 국소부위 체형을 교정한다. [중앙포토]


살 찌기는 쉬워도 빼기는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힘들이지 않고 마음껏 먹으면서 날씬해질 순 없을까. 체지방을 쉽게 빼준다는 온갖 방법에 귀가 솔깃하다. 실제 사용되고 있는 다이어트 방법 중에 약물·주사·레이저·초음파·차·화장품·마사지 롤러·진동벨트·한약·침 등 열 가지의 효과를 알아봤다.

운동과 식사조절, 수술치료는 제외했다. 대한비만체형학회·대한비만학회·대한한방비만학회에 소속된 임원진에게 물었고, 16명의 답을 들었다. 모두 비만을 전문으로 다루는 의사지만 의견은 엇갈렸다. 비만치료의 효과를 인정하는 기준도 달랐다. 국소 부위를 공략하는 ‘미용적’ 체형 교정이냐, 합병증을 줄이는 ‘질병적’ 비만치료냐의 차이였다. 소속기관과 전문과목에 따라서도 답이 달랐다. 반면 공통된 의견도 있었다. 과연 단기간에 체지방을 줄일 비법은 있는지 그 결과를 공개한다.

이주연 기자

지방분해 주사  체형교정 효과는 있어

지방분해 주사를 맞는다고 체중이 줄진 않는다. 나우비클리닉 윤장봉 원장은 “주사가 특정 부위에 쌓인 지방을 줄여 체형을 교정한다”고 말했다. 원래 천식치료제로 쓰이는 아미노필린 약물이 지방세포의 아드레날린 수용체에 작용해 지방분해를 촉진한다는 것. 지세븐클리닉 김선형 원장은 “주사한 부위의 지방이 빠지기 쉽도록 만들지만, 운동과 식사조절을 병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메조테라피도 지방을 분해하거나 혈액순환을 촉진하는 약물을 주입해 국소 부위를 관리하는데 쓰인다. 지방층에 액화된 이산화탄소 가스를 주입하는 카복시테라피도 있다. PPC(포스파티딜콜린)도 많이 알려져 있으나,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지난해 “비만치료 용도로는 안전성과 유효성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며 사용자제를 요청했다.

 가톨릭성가병원 내분비내과 유순집 교수는 그러나 “체형 교정과 비만치료는 별개”라며 “체형 교정 효과가 있더라도 본질적인 비만치료는 아니다”고 말했다. 모 대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지방세포는 인위적으로 터뜨려도 주변을 떠돌다 다른 부위에 다시 붙는다”고 말했다.

레이저와 초음파  지방 녹이기엔 역부족

물리치료에 쓰는 저준위 레이저가 비만치료에도 쓰인다. 레이저를 조사하면 지방세포막이 붕괴하면서 지방이 방출된다는 것이 원리. 그러나 상당수 의사가 효과는 ‘미미하다’고 답했다. 김선형 원장은 “피부 위에 레이저를 조사해서는 지방을 녹이지 못한다”며 “수술로 피하지방에 관을 삽입하고 레이저에 잘 반응하는 약물을 같이 써야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초음파도 수술로 피부에 구멍을 뚫지 않고서는 효과가 약하다. 초음파의 열과 진동 자극으로 지방분해를 돕는 원리지만, 출력을 높이면 화상 우려가 있다.

보디슬리밍 화장품  “지방분해는 허위·과장 광고”

피부에 바르기만 하면 살이 빠진다는 화장품은 효과가 있을까. 비만 전문가는 대부분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효과적인 성분이 들어 있더라도 피부 지방층까지 침투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셀룰라이트를 개선한다는 크림엔 지방세포 분해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아미노필린이 들어 있다. 그러나 이는 지방세포를 배양접시에 담아놓고 용해시켰을 때의 효과이지, 피부에 도포한 결과가 아니다.

 이외 독소 배출에 좋은 식물추출물과 카페인이 쓰이는데 여성의 엉덩이와 허벅지에 울퉁불퉁 자리한 셀룰라이트를 제거하진 못한다.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는 화장품 제조업체와 판매회사가 낸 것이다. 지난해 7월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체지방 분해 효과가 있다고 허위·과대 광고한 화장품 122건을 적발하고, 이에 현혹되지 말 것을 당부했다.

롤러와 진동벨트  뭉친 근육 풀어주는 효과

위쪽부터 순서대로 지방분해 침 [강동경희대병원 제공], 헬스클럽 진동벨트, 초음파 치료 [365mc비만클리닉 제공]

자극 돌기가 있는 마사지 롤러로 문지르면 어떨까. 보디슬리밍 화장품에 롤러가 같이 든 경우가 많다. 바르고 문지르라는 것. 손이나 안마기로 경혈을 자극하는 경락이나 특수 제작 롤러를 사용하는 엔도몰로지와 비슷하다. 윤장봉 원장은 “시술로 주입한 약물을 퍼뜨리거나, 딱딱하게 뭉친 부위를 풀어줄 순 있어도 드라마틱한 체형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헬스장에서 여성에게 인기가 높은 진동벨트. 떨림이 지방세포를 터뜨려줄 것 같지만 착각이다. 디올클리닉 권병소 원장은 “지방층을 흔든다고 지방조직이 분해될 리 없다”며 “뭉친 근육을 풀고 혈액과 림프액 순환을 도울 뿐”이라고 말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근육 자극기가 체형 조절이나 몸매개선에 효과가 있다고 인정한 적이 없다.

다이어트 한약  개인 몸 상태 따라 맞춤처방해야

한약의 체중 감소 효과를 인정한 비만 전문가도 있었지만, 어떤 성분이 들어 있는지 알 수 없어 안전하지 않다는 부정적 의견도 많았다.

강동경희대한방병원 웰니스센터 송미연 센터장은 “다이어트 한약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개인의 몸 상태에 맞게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되는 약 처방을 쓴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뽕나무잎과 율무는 지방을 분해한다. 오수유나 말린 생강은 몸을 따뜻하게 하고, 청피와 진피는 신진대사를 활발히 한다.

지방분해 침  체중보다 체형 개선 기대

다이어트 침은 발목이나 무릎이 아플 때 맞는 침보다 큰 장침이다. 놓는 방법도 다르다. 가로세로한의원 송재철 원장은 “일반 침은 경혈에 직각 또는 45도로 비스듬히 놓지만, 체지방 분해 침은 지방이 몰린 부위에 지방층과 수평으로 꽂고 저주파 자극을 준다”고 말했다. 전류 자극이 지방을 분해해 체형 변화를 기대한다는 것. 송미연 센터장은 “체중 감소는 적지만 침을 놓은 부위의 둘레가 감소할 수 있다”며 “침과 저주파 자극이 교감신경을 활성화해 신진대사를 촉진한다”고 말했다. 반면 의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살 빠지는 차  부종 줄여주는 정도

한때 녹차 다이어트가 유행했었다. 녹차에 든 카페인과 카테킨 성분이 지방 흡수를 억제하고 지방산의 생성을 막는다는 것. 윤장봉 원장은 그러나 “약효 성분을 추출해 강력하게 만든 의약품도 체중 줄이기가 이렇게 힘든데, 차 몇 잔으로 살이 빠지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평소 카페인 섭취가 많았던 사람은 녹차 추출물이 효과를 보이지 않는다는 보고도 있다. 365mc비만클리닉 김하진 원장은 “녹차 외에도 옥수수차·보리차·메밀차·결명자차 등을 자주 마시면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부종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비만치료제  효과 있지만 부작용 논란

현재 비만치료용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허가를 받은 것은 몇 가지 전문의약품이 유일하다. 영양소가 몸에 흡수되지 않게 막는 흡수억제제(오르리스타트)와 뇌·말초신경에 작용해 식욕을 조절하는 식욕억제제(펜터민·펜디메트라진·마진돌·디에칠프로피온)이다. 교감신경을 흥분시켜 신체대사를 활발히 하는 대사촉진제도 있으나 허가 받은 성분은 없다.

 윤장봉 원장은 “체중 감량 효과가 있지만 ‘한 달에 5㎏ 폭풍 감량’과 같은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부작용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년 사이 백내장·신경장애·약물중독·복통·폐동맥 고혈압·심장판막 이상·뇌출혈·사망 등을 일으켜 허가가 취소된 약이 수두룩하다. 최근까지 비만치료제 시장을 휩쓸었던 시부트라민도 심혈관계 질환 부작용으로 판매 허가 14년 만에 퇴출됐다.

 유순집 교수는 “많은 약이 취소돼 지금은 추천되는 약물이 거의 없는 어려운 시기”라고 말했다. 의사 판단에 따라 당뇨병치료제(메폴민)를 흡수억제제로, 우울증치료제(플루옥세틴)를 식욕억제제로, 감기약(에페드린·카페인)을 대사촉진제로 적응증을 응용하고 있을 뿐이다.



비만 전문가 “운동·식사조절이 최선”

위 열 가지에 모두 ‘효과 있다’고 답한 비만 전문가가 있는 반면, 모두 ‘효과 없다’며 권할 게 없다는 이도 있었다. 다행히 한목소리로 강조한 비법이 있었다. 식상하게 들리겠지만 운동과 식사조절이었다.

권병소 원장은 “어떠한 방법도 단독으로는 한계가 있 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외과 최윤백 교수는 “비만이 심하지 않다면 미용 목적으로 다양한 방법을 시도할 수 있겠으나 요요현상을 겪기 쉽다. 결국 운동과 식사조절이 답”이라고 했다.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김경수 교수는 “우리 몸은 체내 에너지가 부족하거나, 유산소 운동을 할 때 몸에 쌓인 중성지방을 꺼내 쓴다”며 “적게 먹고 운동하라”고 조언했다.

조사에 응답한 비만 전문가 16인

나우비클리닉 윤장봉 원장, 지세븐클리닉 김선형 원장, 디올클리닉 권병소 원장, 체인지클리닉 장두열 원장, 에스라인클리닉 한우하 원장, 오리진클리닉 최찬영 원장, ND케어클리닉 박민수 원장, 365mc비만클리닉 김하진 원장, 클리닉N 김성주 원장, 서울재활의학과 김유수 원장, 의정부성모병원 가정의학과 염근상 교수, 서울아산병원 외과 최윤백 교수,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김경수 교수, 가로세로한의원 송재철 원장, 경원대 길한방병원 송윤경 교수, 강동경희대한방병원 웰니스센터 송미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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