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주민 아직도 ‘포격 트라우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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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천의과학대학교 길병원 의료봉사단이 지난 9일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임시진료소에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건강검진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8일 낮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의 보건지소. 섬 주민들이 줄을 지어 가천의대길병원(이사장 이길녀)에서 파견된 의료봉사단을 찾았다. 지난해 11월 북한의 포 공격 이후 힘든 시간을 보내온 주민들은 정신과·내과·치과 등 전문의들로부터 검진과 진료를 받으며 몸과 마음을 추슬렀다.

 9일까지 이어진 검진 결과 일부 주민들은 아직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료소를 찾은 100여 명의 연평도 주민들 중 37명이 불안감 및 불면증을 호소하며 정신과 검진을 신청했다. 검진 결과 이들 중 13명은 별도의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민 황모(65·여)씨는 “육지 피난 생활 중 정신상담을 받아 호전됐다고 생각했는데 섬으로 돌아와 포격으로 불탄 집들을 보니 당시의 악몽이 되살아난 듯하다”고 말했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입원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이모(56)씨도 “병원에서는 많이 나았는데 연평도로 돌아오니 불안과 초조 증세가 다시 심해졌다”고 말했다.

 가천의대 정신과 조성진 교수는 “이번 의료봉사는 주민들이 포격 때문에 받았던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의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주민들의 정신 건강에 대한 정확한 평가와 분석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길병원은 이번 의료봉사에서 기초 신체검사와 암·치과 검진 활동도 함께 벌였다. 대부분 고령인 점을 감안, 틀니접착제·치실 등 구강위생용품도 무료로 제공했다. 길병원은 지난해 11월 연평도 주민들이 임시로 거주하던 찜질방 내에 임시진료소를 열기도 했다.

정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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