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로부터의 E메일 - 힐러리

중앙일보

입력

오늘(2003년 1월 1일) 저는 우리의 전통적 우방인 한국민들에게 미국 대통령 선거 출마 의사를 밝히게 된 것을 무척 기쁘게 생각합니다.

며칠전 뉴욕 교사연맹회원들의 모임에 초청받아 갔을 때 회원들로부터 차기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뜻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여러가지 가능성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는 답변을 한 바 있습니다.

이같은 발언이 언론을 통해 소개되자 공화당 출신인 현 부시 대통령은 "미국은 아직 여성 대통령을 갖기에는 이르다" 는 그야말로 상식 밖의 말을 했습니다.

새 밀레니엄에 접어든 지 벌써 4년째를 맞습니다.

남녀간에 완전한 평등관계가 뿌리를 굳게 내리고, 인종이나 종교, 혹은 학력을 떠나 순전히 개인의 능력에 따라 평가받는 시스템이 정착된 이 시대에 세계의 지도자라는 사람이 아직도 이런 낡은 발상에 사로잡혀 있다는 사실이 한심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저는 이 자리를 빌려 감히 묻고 싶습니다.

부시 대통령이 그동안 신고립주의 외교노선과 경기 연착륙 실패 등 경제실정(失政)으로 일그러뜨린 미국의 위상을 재정립할 정치인으로 저, 힐러리만한 인물이 또 있느냐고….

제가 2년여전 뉴욕주 연방 상원의원으로 당선된 뒤 미국의 발전을 위해 이룩한 업적에 대해서는 정적(政敵)인 공화당의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까지도 인정하고 있지 않습니까.

저는 지난해 남편이었던 빌(클린턴 전 대통령)과 이혼했습니다.

과거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르윈스키 섹스 스캔들은 여성으로서, 그리고 한 남자의 아내로서 참으로 견디기 어려웠습니다.

그 쓰라린 상처는 끝내 아물지 않았고 결국 이혼이라는 최후의 결단을 내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빌은 여전히 저를 사랑하며, 저의 대선 출마를 가장 적극적으로 후원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남편의 경륜을 존중합니다. 만약 당선된다면 그에게 핵심 정책자문그룹의 장을 맡아주도록 부탁할 것입니다.

친애하는 한국민 여러분, 저에게 성원과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새해 여러분의 가정에 늘 행운이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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