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철의 ‘부자는 다르다’] ‘보통 사람 맛보기 힘든 부자의 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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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철
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
부자학연구학회 회장

제 강의를 듣는 여대생들이 서로 “야, 부자는 어떻게 되는 거야?”하고 얘기하는 걸 들었습니다. 곁에 있던 저는 “충복향을 하면 된다”고 답한 적이 있습니다. 필자가 만든 단어인 ‘충복향(充福香·Euphorinization)’이란 ‘자신도 모르게 가슴 속에 벅차 오르는 자극의 홍수’를 의미합니다. 정상적인 부자의 길에 들어섰던 분들의 말과 생각·행동에서 자주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충복향이란 ‘자신이 정한 꿈에 완전히 몰입하면서, 자신의 아픔이나 한계를 뛰어넘는 정신 충만의 과정’이기도 합니다. 소프트웨어의 황제 빌 게이츠가 며칠 밤을 새워 프로그래밍하다가 쓰러져 새로 온 여비서의 발길에 밟힌 뒤 일어났다는 전설적 일화는 충복향의 사례입니다. 사과 박스 위에 올라가서 직원 두 명을 놓고 창업식을 하면서 웅대한 포부를 밝혔다는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사장도 충복향에 빠져 있었습니다. 국내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30만원으로 시작해 3조원 매출을 이룩한 분을 필자의 부자학 수업에 모시려고 특강을 요청했습니다. 그가 말했습니다. “저는 온 몸이 광고판입니다. 제 양복에도 우리 회사 이름이 새겨져 있지요. 자, 보세요. 넥타이, 와이셔츠, 심지어 속옷까지도 자사명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부동산 업자인 30대 여성은 아주 넓은 집을 부자 동네에 장만했습니다. 그는 회사에 다니는 시절, 밤새 계란을 삶은 뒤 회사에 갖고 가서 점심시간에 동료들에게 팔았습니다. 자신은 굶으면서 동료들에게 장사했지만 전혀 창피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걸면서 꿈을 이룩하는 윤활유로 사용하는 순간엔 아무 것도 두려운 것이 없습니다. 무조건 다 된다고 스스로 확신할 수 있습니다. 모든 일을 직접 추진하면서 단 1%의 실패 가능성도 의심하지 않았다는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사례도 충복향의 실존을 뒷받침하는 사례입니다. 아픈 줄도 모르고, 창피한 줄도 모르고, 내 일을 계속해야 한다고 하는 정신에 온 몸이 감기는 것은 ‘보통 사람들이 맛보기 힘든 부자의 낙(樂)’입니다. 이렇듯 자수성가한 부자들에게서 부지기수로 표출되는 충복향은 아직 부자의 반열에 들지 못한 다른 분들이 배워야 할 가치입니다. ‘외부의 장애는 내가 다 헤쳐 나갈 수 있다’는 자기최면에서 생긴 무한한 ‘확신의 잠재력’이 실제로 성과를 만들어 갑니다.

 “교수님, 돌아오는 어음을 막을 길이 없었는데도 된다는 확신 아래 직원들과 밤새 공장을 돌렸더니 아침에 다 길이 열리더라고요”라며 제게 소주를 따라 주시던 기업 회장님도 그랬습니다. 또 다른 50대 부자는 얼마 전 제게 말했습니다. “폭풍우 속에서도 계약한 것을 지키려고 트럭들을 몰고 가는데 전혀 두려움이 없었습니다. 일본과 같은 지진이 와도 저는 해낼 겁니다. 제 말이 ‘수표’라는 걸 보여주려고요.” 그는 뚜렷한 자기확신의 강인한 부자였습니다.

 ‘충복향 부자’들은 자신이 부자라는 것을 한없이 기쁘게 생각하면서 기회가 되면 세상에 알리려고 합니다. “교수님, 저의 조그마한 경험을 세상에 알리고 싶습니다”라고 제게 제안도 합니다. 저는 그런 부자들을 오프라인 강의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세상에 소개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30만 명 부자들 중 상당수가 충복향을 경험했을 것으로 저는 추정합니다. ‘반드시 된다’는 확신으로 미친 듯이 매진해 자신의 위치를 한 단계 뛰어 넘는 경험 없이, 수십 대 1의 경쟁을 극복하고 부자가 되기는 정상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어쩌다 한탕 해서 떼돈을 번 ‘나이롱’ 부자, 눈 먼 돈을 슬쩍 가져가는 사이비 부자, 그리고 ‘깡’을 밥 먹듯 하면서 탈세를 일삼는 무자료 부자는 충복향의 정신과 가치가 무엇인지 모릅니다. 사악한 부자들이 줄어 들고, 진정한 충복향 부자들이 늘어가는, 그런 세상이 되기를 바랍니다.

한동철 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부자학연구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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