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90년 전 일본은 어떤 일을 저질렀을까요? 역사엔 거짓말 없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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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굳게 다짐합니다
조경숙 지음, 이용규 그림
국민서관
232쪽, 1만2000원

동일본 대지진에 보낸 한국인의 온정에 일본 정부는 찬물을 끼얹었다. ‘한국이 독도를 불법점령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중학 교과서를 정부 주도로 쏟아낸 것이다. 왜곡된 교과서로 공부한 일본의 아이들은 한국을 어떻게 바라볼까. 미래의 일본인에게 대응하려면 우리의 아이들도 역사를 알아야 할 것이다.

 소설은 약 90년 전, 일제 식민치하 간도를 배경으로 한다. 역사의 한 장면을 아이의 눈을 통해 비춰 보인다.

 주인공 홍이는 고아다. 피 한 방울 안 섞인 홍이를 거둬 기르던 할머니를 일본군이 잔인하게 살해한다. 홀로 남은 홍이는 독립군이 거둔다. 그러나 홍이는 독립군 대장 황 장군을 미워한다. 홍이는 평범한 포수였던 아버지가 황 장군 때문에 독립군에 들어가 총알받이가 됐다고 믿었던 것이다.

 홍이는 홀로 길을 떠나지만 중국인 마적단에 붙잡힌다. 마적단은 조선인의 옷을 입고 일본인 민가를 습격한다. 그 배후에는 일본군이 있었다. 중국 땅인 간도에 일본 군대가 들어올 명분을 만들기 위해 조선 독립군이 일본 양민을 해친 것처럼 조작한 것이다.

 홍이는 결국 독립군이 구해낸다. 일본군과 독립군의 본격적인 전투가 벌어지던 날, 홍이는 피신하라는 황 장군의 말을 듣지 않고 마을에 남는다. 아버지가 목숨을 바쳐가며 했던 일이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총과 칼을 받아 든다.

 열세 살 아이가 겪어내기엔 잔혹한 일들. 그러나 90년 전의 현실은 더욱 잔혹했을 것이다. 작가는 홍범도(1868~1943) 장군의 봉오동 전투에 착안해 작품을 썼다고 한다. 1920년 중국 지린성 봉오동에서 독립군 부대가 일본군을 크게 무찌른 전투다. 소설은 독립군이 전투에서 승리하는 부분에서 끝난다. 홍이의 앞날엔 무엇이 펼쳐질까. 역사를 보자면 안타깝게도 홍이의 미래는 결코 밝지 않을 것 같다. 아프고 먹먹하지만 외면해선 안 될 역사를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초등 고학년.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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