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Y2K 대처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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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2K(컴퓨터 연도인식 오류) 문제가 현실화될 지 여부가 판가름나는 연말연시를 앞두고 세계 각국 정부는 항공기 운항 감축,원전폐쇄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며 각국 국민들도 비상용품구입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항공기 운항 감축..중국은 오히려 증편

○...Y2K로 인한 문제발생의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우려되고 있는 항공분야의 경우 각국 정부 또는 항공사에 의한 운항 취소와 감축 조치가 잇따르고 있다.

페루의 항공사들은 29일 이번 주말 수도 리마의 출발 및 도착 항공편 운항 스케줄 가운데 거의 절반을 취소했다.
싱가포르 민간항공청은 창이공항의 도착 및 출발 항공편 가운데 31일 102편, 다음달 1일 91편이 Y2K 우려와 수요감축으로 각각 취소됐다고 밝혔다.

시리아 국영항공사는 현지시간으로 31일 오후 10시부터 1일 오전 1시까지 항공기 운항을 중단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또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예멘의 국영항공사가 31일 항공편 운항을 취소 또는 연기하는 등 걸프지역 항공사들 대부분이 연말연시 항공기 운항을 단축 또는 취소했다.

○...이같은 항공기 운항 감축 추세와는 달리 중국의 동방항공은 31일부터 1월2일 사이 105편의 예비 항공편을 일본, 홍콩, 인도네시아 등 국제선과 구이린(계림),쿤밍(곤명), 하이난다오(해남도) 등 국내선 주요 노선에 띄울 예정이라고 밝혔다.

동방항공 관계자는 일부 항공편의 경우 운항이 취소되거나 1일의 운항 스케줄이수시간 연기됐으나 이는 Y2K문제와 관계가 없으며 단지 수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원전 가동중단..운하 등 주요시설도 비상

○...이스라엘은 건설된지 30년이 된 네게브 사막의 원자력발전소를 연말연시 기간중 폐쇄할 예정이며 나머지 발전소들에 대해서는 이미 2000년 3월로 컴퓨터 프로그램을 입력해 운영중이다.

그러나 사상 최악의 체르노빌 원전사고가 발생했던 우크라이나의 원전업체는 가동중인 10개의 원전은 Y2K 대비가 끝나 연말연시 기간중에도 계속 가동할 계획이며 나머지 4개 원전은 정기 유지보수를 위해 가동이 중단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집트의 수에즈운하관리청은 연말연시에 운하를 통과하는 선박들은 컴퓨터 시스템이 Y2K문제에 안전함을 입증하는 증명서를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증명서가 없는 선박들은 운하를 통과하는 전산시스템을 사용할 수 없으며 수동조작을 이용해야 한다고 운하청 관계자는 말했다.

터키도 보스포로스해협과 다르다넬스해협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31일 저녁에서 1일 아침 사이에 3천t 이상의 선박과 위험화물 적재 선박의 해협 통과를 금지한다고 아나톨리아 통신이 보도했다.

병원수술도 중단

○...이란 보건부는 Y2K 문제를 우려해 모든 병원들에 대해 31일 밤에는 수술을 하지 말도록 했다고 현지 신문이 보도했다.

싱가포르의 싱가포르종합병원, 국립대 부속병원 등 일부 병원들은 연말연시 기간중 전기를 사용하는 수술을 취소 또는 감축키로 했다고 현지 TV가 전했다.

터키는 모든 병원 응급실에 대해 31일 오후 11시45분부터 30분동안의 취약시간대에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X-레이를 사용하지 말도록 지시했으며 다른 부서의 X-레이는 11시부터 2시간동안 사용을 금지시켰다.

러시아, "대처 미흡" 지적에 반발

○...일부 서방국가들과 전문가들이 러시아의 Y2K대처 미흡을 지적하고 있으나 러시아는 이를 미국의 중상모략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Y2K 대책의 최고책임자인 일랴 클레바노프 부총리는 라디오인터뷰에서 "러시아의 Y2K 대처가 미흡하다는 인식은 미국이 야기한 것"이라면서 "러시아는 미국만큼이나 이 문제에 잘 대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방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Y2K 대비가 미흡해 광범위한 전력 및 통신두절 사태가 야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해왔으며 특히 러시아의 독점 가스업체 가즈프롬에 대한 우려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러시아의 가스에 의존하고 있는 터키는 우크라이나, 몰도바, 루마니아, 불가리아를 거쳐 터키까지 연결되는 가스파이프에 문제가 발생한다면 전력공급의 중단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워싱턴.모스크바 AP.AFP=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