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한국' 개미군단이 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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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 무역업체인 베스트롱 상사는 10여년째 세네갈.말리 등 아프리카 지역을 주 무대로 수출을 한다. 인구 몇만명의 소국까지 합쳐 10여개국을 상대로 올해 1천만달러의 수출액을 올렸다. 수출품목도 음료수.문방구류부터 기계.설비.원자재까지 다양하다.
이 중엔 건당 수천달러 안팎의 소규모 무역거래도 적지 않다.

현대종합상사가 올해 단일기업으론 처음으로 2백억달러의 수출 고지를 달성하는 등 대기업의 수출 비중이 여전히 크다. 그러나 그 뒤에는 아프리카 오지까지 파고 들며 수출시장을 넓히는 중소 무역업체들이 있다. 올해 우리나라의 수출대상국은 모두 2백28개국으로 지난해보다 4개국이 늘었다.

중소기업의 수출증가율도 10월말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가 늘어 대기업 증가율(1.5%)의 10배나 됐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대기업들이 주로 상대하는 미국 등 20대 국가가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전체 수출액의 80%를 웃돌았으나 지난해(78%)에 이어 올해(79%)도 80%를 밑돌았다.

개미군단들의 수출지역 다변화가 점차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 시장개척 어떻게 하나〓개미군단이 수출하는 나라는 오지(奧地)가 많다.

주로 현지에 사는 한국인의 중개나 현지에 물건을 대주는 외국인 바이어의 소개 등 개인적 연줄을 통해 알음알음 파고든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나 무역협회 등이 오지 시장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웬만한 신용이 없으면 시장을 뚫기가 쉽지 않다.

수출품목도 대기업이 기피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세완무역의 주요 거래국은 인구가 5만명이 안되고 국민소득도 2백~3백달러인 남태평양의 섬 나라들. 이들 국가에 건자재.시멘트.함석 등을 판다.

태풍이 잦은 지역인 만큼 집을 자주 고쳐야 한다는 점에 착안했다.

인구가 비교적 많은 서부아프리카의 부르키나파소에는 국산 중고 버스가 수출된다. 남태평양과 아프리카 어촌 지역만을 상대로 고기잡이 도구만을 전문적으로 수출하는 기업도 있다.

◇ 시장성은 있나〓아프리카.남태평양 국가 중엔 화물수송선이 한달에 두세번밖에 오가지 않는 지역이 많아 수출 납기를 맞추기 어렵고 그만큼 대금 회수도 늦다.

수출금액이 적어 수익성도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오세아니아주 투발루라는 나라엔 우리나라의 전체 수출액이 3만달러에 불과하다.

그러나 중소기업 입장에선 바로 이런 척박한 환경이 기회가 된다. 남들이 가지 않는 틈새시장을 파고 들어 '티클 모아 태산'을 만든다는 전략이다.

무역협회 오기현 무역지원팀장은 "외환위기 이후 개미군단의 시장 개척이 더 활발해졌다"며 "미래 시장을 선점한다는 차원에서 중소기업 수출을 더욱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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