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정현, 가요계 흐름 '다 바꿔!'

중앙일보

입력

1백60㎝, 38㎏의 조그만 아가씨 이정현. 하루 2시간밖에 못자고 끼니도 한끼만 먹는다. 그런 그녀가 20㎏ 넘게 나가는 철갑 무대의상을 입은 채 매일 평균 5편씩 방송출연을 하고있다.

유달리 여가수들이 인기를 모았던 올 한해 이정현이 그 정점에 서 있다. 시원한 테크노팝 '와' 로 화려하게 데뷔한 그녀는 후속곡 '바꿔' 까지 히트시키면서 가요판 흐름을 '바꿔' 버렸다.

연약하고 저릿저릿한 선율로 한 몫 보던 걸그룹 노래들을 제치고 도발적이고 자기 주장 확실한 색깔있는 목소리로 팬들을 사로 잡았다.

한달 반 전 출시된 그녀의 음반은 현재 40만장 이상 판매됐다. 하반기 여가수 음반중 최고 기록이다. 노래방에서 체감되는 인기는 한층 높다. 어디를 가도 "설마했던 니가 나를 떠나 버렸어… 설마했던 니가 나를 버렸어…" 로 이어지는 '와' 가 반복해 들린다.

이정현의 넘치는 '끼' 는 3년전 영화 '꽃잎' 에서 눈을 뒤집고 기차의 유리창을 이마로 받아 깨뜨리는 장면에서 확인된 바 있다.

이 장면은 그녀가 스스로 제안했던 것. 당시 제작진으로부 '신들린 연기' 란 탄성을 받아낸 그녀가 이제 가수로서 신들린 연주를 하고있다.

비녀를 꽂고 부채를 흔들며 고대 중국과 첨단 사이버 공간 사이를 오가는 그녀의 무대 연출은 아이슬랜드 출신의 신비로운 트립합(테크노와 힙합이 결합된 몽환적 음악)가수 뷰욕의 그것을 차용한 것이다.

그러나 이미지의 표피만 본따는 수준에 그치는 대부분 국내 여가수들과 달리 이정현은 그 위에 그녀만의 색깔을 덧입힐 줄 안다.

본능적인 리듬감각, 무대에 설때마다 달라지는 현란한 즉흥댄스, N세대의 정서를 대변하는 거칠고 직설적인 가사-이런 것들이 독특한 카리스마속에 용해돼 청중들을 사로 잡는다.

"한 여자의 지난 과거가 왜 용서받지 못할 일이야… 모든 것이 변해버렸어…나를 버린 것을 후회해도 이미 늦었어…바꿔 바꿔 바꿔 거짓은 다 바꿔 사랑도 다 바꿔 세상을 바꿔 바꿔 바꿔…" ( '바꿔' 의 일부)

그러나 이정현은 지나친 상업화로 우려를 사고 있기도 하다. 그녀는 한달반 사이 4편의 CF에 출연했으며 최근엔 등을 돌린채 찍은 누드사진이 스포츠신문 1면을 장식했다.

초장부터 너무 많은 것을 내보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 그러나 이정현은 "지금까지 보여준 것은 내 가진 것의 극히 일부분" 이라 반박한다.

이정현은 '바꿔' 에 이어 발라드 한곡을 더 민 뒤 1월말 1집 활동을 접고 바로 2집 준비에 들어 간다. 장르와 색깔은 1집과는 확 다르게 할 터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비밀. 영화도 하고 싶지만 자기 주장이 확실한 여자 영웅 역이 아니라면 출연 생각이 없단다.

그러나 가수로서는 그녀는 벌써 어느 정도 영웅에의 꿈을 이룬 것 같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