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영상물 통해 “한국 병사는 연애에 빠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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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 병사가 군복무기간에 연애에 빠져 싸울 준비를 안하고 있다던데요.” 북한 함경북도 국경부대의 한 소식통이 전한 소식이다. 그는 “최근 총정치국에서 1시간짜지 심리전 영상물을 제작해 보여줬는데 한국 병사는 연애에 빠져있고 전쟁 나면 죽을까봐 하나님께 기도한다는 내용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는 한국군의 강한 이미지를 약화시키고 북한군의 사기 진작을 위한 지침으로 분석된다.

북한 군 당국이 병사들의 전투력 제고를 위해 강도 높은 사상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2일 보도했다. RFA에 따르면 한 소식통은 “요즘 북한군 내부에서 전쟁 공포를 뿌리뽑고 패배의식을 물리치기 위해 각종 교육을 하고 영상물을 제작해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ㆍ군사상학 훈련 시간에 군관들이 ‘김정은 청년대장 시대에 조국통일을 무조건 하게 돼있다’고 무력 통일론을 주입하고 있다”며 “그러나 병사들은 오히려 전쟁 공포와 비관에 젖어있다”고 말했다. 북한군은 전략ㆍ전술면에서 철저히 무장된 정신력을 장점으로 꼽아왔다. 그러나 경제난이 심각해지고 김정은에 대해 맹목적인 충성심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군 단결력이 흩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군대 내 범죄율이 높아져 군 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어차피 핵전쟁이 나면 다 죽는데 죽기 전에 해볼 거 다 해보자는 식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병사가 많아지고 있다”며 “군대의 식량 공급이 줄어 탈영자가 급증하고 있고 주민의 재산을 강탈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강원도ㆍ함경남도 일대의 군부대 산하 ‘노동연대(군대 내 노역장)’와 군단 검찰소 구류장에 군인 범죄자가 많아 감방이 모자랄 정도”라고 덧붙였다.

올해 2월엔 주민을 상대로 한 북한 군인의 강탈행위를 막기 위해 보위사령부와 경무부 군인까지 동원된 적이 있었다. ‘고난의 행군’이후 심각한 보급 부족에 시달리는 군인들이 도로와 뱃길을 장악해 도로세와 조업세를 받아내고 있는 것이다. 이에 김정은이 “불법 행위를 하는 군인을 모조리 잡아내라”라는 지시를 내렸지만 쉽게 근절되지는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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