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 교포들 한국 주택 관심 늘었다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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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한기자] “(지진이)정말 지긋지긋해요. 방사능 위험까지 생겼으니 마음 같아선 바로 뜨고 싶다니까요.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는 교포들이 부쩍 늘었어요.”

일본 도쿄 우에노에서 의류 상가를 운영하는 채모씨(62)는 얼마 전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한국으로 귀향을 고민 중이다. 영주허가를 받아 24년간 일본에 사업을 하고 있지만 요즘처럼 불안한 적이 없다. 채 씨는 “모아놓은 돈으로 일단 경기도 인근에 집을 사 놓고 당분간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생활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며 “아들과 상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지진과 방사능 위험이 계속되면서 재일교포 가운데 한국으로 귀향을 생각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재일 동포 사이트에는 이런 심리를 반영해 귀향을 위해 한국에서 내 집 마련을 원한다면 자신에게 연락하라는 중개업소의 글이 여럿 올라 있다.

부산 해운대구 우동 인근은 재일교포나 일본인이 사업을 위해 한국을 방문하면서 머무는 주택 수요가 간혹 나타나는 곳이다. 이 지역에서도 최근 아파트 계약을 위해 상담을 하는 재일교포가 자주 눈에 띈다.

인근 M공인 관계자는 “최근 한 재일교포가 방문해 계약을 마쳤다”며 “마린시티 아파트 단지에는 계약이 몇 건 더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중동 R공인 관계자는 “잠시 머무는 숙박업소는 물론 오피스텔을 구하려고 상담하고 간 재일교포가 있었다”고 전했다.

엔화강세로 투자여건도 좋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 GS건설, 코오롱건설 등 국내 건설사 가운데도 재일교포를 대상으로 미분양 판촉 전략을 세우는 곳도 나타났다. 아직 초기 단계지만 엔화강세 등의 영향으로 어느 때보다 마케팅 여건이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엔화는 특히 현재 1달러당 1307원 수준이지만 향후 1300원대 밑으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 환율 변화에 따른 추가 수익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마케팅을 강화할 태세다.

코오롱건설이 송도신도시에 공급하는 더프라우의 경우는 일본 교포들이 즐겨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와 잡지에 분양 광고를 통해 본격적으로 홍보를 시작할 계획이다.

코오롱 더프라우 분양대행을 맡고 있는 타이거하우징 김태욱 사장은 “일단 하루 클릭수가 1000회 이상이라고 하는 재일교포 사이트에 더프라우 광고를 올릴 계획”이라며 “송도신도시가 국제도시여서 새로운 사업을 하기 유리한 점이 많고 일본이나 중국 등으로 다니기도 편한 점 등 장점이 많아 호응이 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일교포를 상대로 한 국내 업체들의 마케팅이 큰 효과를 낼 것인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본인을 대상으로 미분양 아파트 판매를 추진한 한 중견건설사 마케팅 팀장은 “일본의 지진 및 방사능 오염 상황이 심각한 수준이긴 하지만 현지에선 일부 지역에 국한된 문제라는 시각이 강하다”며 “일부 한국 주택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은 있겠지만 생활터전이 일본 현지에 있는 상황에서 다수가 한국으로 이사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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