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화 결정 2년간만 유효 … 정권 바뀌면 새로 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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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한나라당 대구 지역 의원들이 국회에서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결정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해봉, 유승민, 박종근, 이한구, 주성영 의원. [오종택 기자]


정부의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결정에 한나라당 대구 지역 국회의원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탈당까지 거론하며 강력 반발했다.

 신공항 입지로 경남 밀양을 지지해 온 대구지역 국회의원 11명은 김황식 국무총리의 담화문 발표 직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과 한나라당에 응분의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11명은 홍사덕·박종근·이해봉·이한구·유승민·서상기·이명규·주성영·주호영·배영식·조원진 의원 등이다.

 이 대통령의 ‘정치적 책임’과 관련해 유승민 의원은 “대구 지역 의원 중 다수가 (자체 회의에서) 대통령의 한나라당 탈당을 요구했다”며 “하지만 일부 반대 의견이 있어서 공식 회견문에는 넣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표현을 ‘정치적 책임’으로 순화시켰을 뿐 사실상 이 대통령에 대한 탈당 요구라는 얘기다.

 이들은 회견에서 “‘신공항 백지화, 원점 재검토’를 주장해온 한나라당 당직자, 청와대와 정부 인사들은 즉각 사퇴할 것을 요구한다”면서 “내년 대선과 총선에서 우리는 동남권 신공항을 한나라당의 공약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 정부의 백지화 결정은 2년간만 유효할 뿐”이라며 “2013년 2월 새 정부가 들어서면 우리는 동남권 신공항을 새로 시작하겠다”고도 했다.

 유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의 의견이 기자회견에 반영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박 전 대표는 31일 대구를 방문할 예정이다. 한나라당 친박근혜계 의원들은 동남권 신공항이 지난 대선 공약이었던 만큼 박 전 대표의 유감 표명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구상찬 의원은 “박 전 대표에게 우려를 전한 영남권 의원들이 상당히 있다”며 “박 전 대표가 ‘약속은 중요하다’는 취지의 말씀을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밀양이 지역구인 친이명박계의 조해진 의원도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무책임한 결정에 대해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차질 없이 진행되던 사업을 백지화한 정부 관계자는 모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덕도를 신공항 후보지로 밀었던 부산지역 의원 10명도 기자회견에서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들은 “국가의 중요한 정책을 제대로 결정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한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서병수 최고위원은 “정부가 정책 결정의 기회를 놓치고 어정쩡한 결론을 낸 데 대해 당혹감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당도 비판에 가세했다.

 전현희 원내대변인은 “이명박 대통령께서 동남권 신공항 건설 공약을 헌신짝처럼 던져 버리며 국민과의 약속을 또 어겼다”면서 “정부는 신공항 사업을 공약대로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신공항 백지화 결정이 4·27 재·보선에서 김해을 지역에 미칠 영향을 주시했다. 전병헌 정책위의장은 “평지풍파를 일으켜 국론을 분열시킨 것 자체가 여권에는 부정적일 수밖에 없지만 민주당에 유리할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고 조심스러워했다.

글=김승현·강기헌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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