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냉, 노사갈등 극복하고 흑자전환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274억원의 막대한 적자를 냈던 한냉이 올해 구조조정을 둘러싼 노사 갈등 속에서도 5억원의 흑자를 내 단기간에 경영을 반전시킨 비결이 공기업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돼지고기 판매와 수출이 주력사업인 농림부 산하 축산공기업 한냉(사장 심기섭.沈基燮)은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 한파속에서 274억원이라는 사상최대의 적자를 기록한데 이어 연초 산지 돼지값 폭등으로 올해도 55억원의 적자가 예상됐다.

특히 창립 31주년 기념일인 지난 6월30일 사측이 부산, 목포의 육가공사업체를 정리하는 등 제2차 조직 및 인력감축안을 발표하자 노조는 2개월여동안 삭발농성, 총파업 선언 등 극한으로 치달아 회사 사정은 갈수록 어려워졌다.

노조로서도 이미 지난해 200명의 인력이 감원돼 정부가 요구하는 `공기업 구조조정선'을 충족시킨 상태에서 제2차 감축안은 받아들일 수 없는 `비수'였던 셈.

사태가 반전된 것은 총파업 전야인 지난 9월1일. 심사장이 인력감축안을 철회하는 대신 목표를 흑자경영에 맞추고 노조에 고통분담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이같은 안을 내놓은 심사장에 대한 신임투표 결과는 90% 찬성으로 나
타났다.

이후 한냉노사는 한몸이라는 인식에서 `덜 쓰고 더 팔자'는데 인식을 같이했다. 회사는 `흑자달성때까지 급여 자진반납'이라는 고통분담안을 내놓았고, 노조는 임금동결과 퇴직금 중간정산제 실시 등의 고통분담안을 기꺼이 수용했다.

한냉은 또 `쇠고기 한근도 배달합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직원택배제'를 도입, 퇴근할 때 전 임직원이 고기를 직접 배달하면서 고객속으로 직접 파고드는 마케팅 활동을 병행했다.

한냉 노사의 단합된 공격경영은 곧바로 결실을 맺었다. 9월 이전까지 적자에 허덕이던 이 회사의 경영상태는 10월 한달동안 LG백화점, E마트 등 대형매장에 속속 입점하고 수익성 높은 냉장육 판매에 집중하기 시작하면서 빠른 속도로 호전돼 공격경영을 시작한지 불과 4개월만에 연간실적으로 5억여원에 이르는 흑자를 기대하기에 이르렀다.

한냉 심기섭 사장은 "축산농가 보호와 축산물 수급조절 등 공적기능을 수행하면서 올한해 채산성을 맞추기는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며 "전임직원이 회사살리기에 적극 나서면서 경영상태도 호전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서울=연합]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