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난 심각 北, 결혼식 '성수기' 따로 있다는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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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심각한 식량난은 결혼 풍속도마저 바꿔놨다. 될 수 있으면 봄이나 가을에 결혼식을 올린다. 이 시기는 비교적 곡물가격이 싸기 때문이다.

대북전문매체인 데일리NK는 29일 북한 주민들은 비축해 둔 식량이 장마당에 나올 때인 봄과 추수철인 가을에 결혼식을 올린다고 전했다. 봄에는 새로 농사를 짓기에 앞서 저장해 둔 곡물 중 여유곡물을 장에 내다판다. 그래서 곡물가격이 사계절 중 추수철인 가을 다음으로 싸다고 한다.

하지만 여유가 있다고 해서 하객에게 마음껏 음식을 대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제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이 열린 1989년 "국가적으로 식량사정이 긴장되고 있으니 결혼식을 간소하게 하라"는 지시를 내렸기 때문이다. 이 때 쌀 5kg이상을 사용하면 엄중한 처벌을 한다는 지침이 내려졌다. 양강도 출신 탈북자 이선희(44)씨는 "결혼식을 위해 강냉이로 술을 담갔다가 농촌으로 추방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인륜지대사라고 해서 성심껏 예의를 차리다가는 처벌된다는 얘기다.

특히 80년대에는 김일성·김정일의 생일인 4월 15일과 2월 16일에는 결혼식을 할 수 없었다. '위대한 수령님(김일성)과 친애하는 지도자 동지(김정일)의 탄신일인 경사스러운 날에 어떻게 사사로운 축하행사를 가질 수 있겠는가'라는 이유에서다. '수령님과 장군님에 대한 충성심이 부족한 데서 나오는 불결한 행동이며 은혜와 권위에 흠을 내는 행위'라고 범죄시하기도 했다.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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