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기고 쫓다 … 마지막에 덜미 잡힌 신지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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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신지애(왼쪽)가 뒤꿈치를 세워 1m82㎝의 산드라갈에게 우승을 축하해 주고 있다.

신지애(23·미래에셋)가 28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 인더스트리 힐스 골프장에서 끝난 LPGA 투어 KIA 클래식에서 역전패했다. 한 타 차 선두로 경기를 시작한 신지애는 마지막 날 이븐파, 최종 합계 15언더파에 그쳐 2타를 줄인 산드라 갈(26·독일·16언더파)에게 우승컵을 내줬다.

 우승을 다툴 때 선수들은 입버릇처럼 “동반자가 어떻게 하든 신경 안 쓰고 내 샷에만 집중하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렇게 하기는 쉽지 않다. 너무 신경이 쓰이기 때문에 이런 다짐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13번 홀에서 신지애가 버디를 잡아내자 2타 앞서 나가던 갈은 짧은 파 퍼트를 넣지 못했다. ‘파이널 퀸’ 신지애도 14번 홀에서 상대가 불가능할 것 같은 파 세이브에 성공하며 기뻐하자 약 2m 버디 퍼트를 실수했다. 15번 홀에선 신지애가 8m짜리 버디퍼트를 우겨 넣었다. 갈은 짧은 버디를 놓쳤다. 16번 홀에선 갈이 내리막 3m 버디 퍼트를 넣었고, 신지애는 1.5m 버디 퍼트를 했다.

 파5인 마지막 홀. 15언더파 공동선두인 두 선수의 뚝심이 맞붙었다. 신지애는 100야드 거리에서 세 번째 샷을 핀 1.5m에 붙였다. 긴장할 만했지만 갈은 약 50cm에 붙였다. 신지애는 부담을 느꼈던지 어드레스를 했다가 다시 풀고 퍼트를 했지만 공은 홀을 돌아나왔다.

 갈은 남자 세계랭킹 1위 마르틴 카이머(27·독일)와 동향이다. 한 살 차이로 뒤셀도르프에서 어릴 때 함께 골프를 배웠다. 갈은 대회 직전까지 세계랭킹이 100위였지만 “1위 카이머처럼 되겠다는 욕심이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신지애는 스윙 머신인 줄 알았는데 3라운드 18번 홀에서 티샷을 물에 빠뜨리는 것을 보고 기계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우승은 놓쳤지만 신지애의 롱게임이 좋아진 것은 긍정적이다. 지난해 평균보다 15야드가 더 늘어난 평균 252야드의 드라이브 샷을 날렸다. 그린적중률도 지난해 평균 68.7%(30위)에서 87.5%(1위)로 높아졌다. 하지만 퍼트수는 119개로 갈(104)보다 15개 많았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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