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농구] 하은주가 제몫하니 입 떡 벌어진 KDB생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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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신한은행이 KDB생명을 누르고 다섯 시즌 연속 통합 챔피언을 향한 첫발을 내디뎠다.

 신한은행은 28일 안산와동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5전3선승제) 홈 1차전에서 27점을 올린 하은주(사진)를 앞세워 69-58로 승리했다. 신한은행은 2007년 겨울리그부터 네 시즌 연속 통합 챔피언을 차지했다. 역대 챔피언결정전에서 1차전을 승리한 팀이 우승을 차지할 확률은 60%(총 20회 중 12회 우승)다. 두 팀은 30일 KDB생명의 홈 구장인 구리시 실내체육관에서 2차전을 벌인다.

 경기 초반은 KDB생명의 분위기였다. 플레이오프에서 삼성생명을 물리치고 챔피언결정전에 오른 KDB생명의 투지가 신한은행을 압도했다. KDB생명은 신정자(14점·10리바운드)와 조은주(16점)가 번갈아 신한은행 골밑을 공략하며 1쿼터 5분까지 11-4로 앞섰다.

 하지만 KDB생명의 신바람은 거기까지였다. 신한은행 임달식 감독은 ‘최강콤비’ 하은주와 전주원(14점·9어시스트)을 조기에 투입하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간단한 공식이었다. 하은주가 골밑에 자리를 잡으면 전주원이 송곳 같은 패스를 찔러줬다. 2m2㎝로 여자농구 최장신인 하은주는 전주원의 패스를 받아 차곡차곡 득점에 성공했다. 1m91㎝의 홍현희와 1m85㎝의 신정자가 번갈아 하은주를 막아 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3쿼터 초반 하은주는 연속 세 차례 KDB생명 골밑을 무너뜨렸다. 점수차는 40-28로 벌어졌다. 승부가 결정된 순간이었다. 하은주는 이날 15개의 2점슛을 던져 13개(87%)를 성공시키는 고감도 적중률을 자랑했다. 27점은 올 시즌 개인 최다 득점이다. 김단비도 16점·10리바운드로 더블더블을 기록하며 공격에 힘을 보탰다.

 하은주의 위력은 수비에서 더욱 빛을 냈다. 하은주가 골밑에서 팔을 벌리고 서 있자 KDB생명 선수들은 돌파할 의지를 잃고 외곽으로만 볼을 돌렸다. 골밑이 막히면 외곽슛이 터져 줘야 하는데 정확성이 떨어졌다. KDB생명은 이날 16개의 3점슛을 던졌지만 림을 가른 것은 겨우 3개였다. KDB생명이 기대를 모았던 가드 이경은(2점·4어시스트)은 신한은행 진미정의 밀착 수비에 꽁꽁 묶였다.

 임 감독은 “역시 큰 경기에는 노련한 선수들이 필요하다. 경기 초반 KDB생명에 분위기를 빼앗겼는데 전주원과 하은주가 제 몫을 다 해줬다”며 웃었다. KDB생명 김영주 감독은 “하은주에게 줄건 주더라도 외곽을 막아 승부를 걸겠다”고 결의를 보였다.

안산=김종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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