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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산업, 대학과 손잡아야 성공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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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손동원
인하대 교수·경영학

바이오산업은 과연 한국 경제의 성장엔진이 될까. IT시장의 두 배가 넘는 엄청난 시장 규모 때문에 바이오산업은 오래전부터 재계의 전략산업이다.

그러나 몇몇 벤처기업만 선전할 뿐 아직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했다. 최근 삼성이 바이오산업에 막대한 투자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바이오 전선에 드디어 우리 대기업들이 뛰어든다는 신호탄이자 한국 경제의 강점인 대기업 주도 모델로 승부하겠다는 선언이다.

 미국에서는 벤처기업이 바이오를 주도했다. 최초의 바이오기업인 미국 ‘제넨테크’는 대학 실험실이 벤처기업으로 된 표본이다. 1976년 당시 스탠퍼드대의 코언과 보이어 교수는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리스트 밥 스완슨과 손잡고 ‘제넨테크’를 창업했다. 현재 샌디에이고 바이오 클러스터의 모태로 꼽히는 ‘하이브리테크’ 기업도 캘리포니아대의 번도프 교수가 창업한 대학발 벤처기업이다. 과학지식을 원재료로 삼는 바이오산업의 특성상 대학 소속 과학자들이 벤처 창업에 적합했기 때문이다. 또 미국 대기업들은 바이오산업에 무관심했다. 바이오산업의 고위험 속성 때문이다. 블록버스터 반열에 오르면 대박이지만 투자비가 크고 회수기간도 길다.

 지난 수년 동안 한국에서도 유망 바이오벤처들이 등장했지만 폭발력이 없다. 대학 실험실의 바이오 창업에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감당해줄 벤처캐피털도 마땅히 없다. 이런 상황에서 벤처 주도의 성공모델을 더 기다리는 것도 큰 모험이다. 시장을 다 놓친 후에 바이오벤처가 많이 탄생하면 무슨 소용인가. 현 시점에서 한국 경제의 강점에 기초한 대기업 주도의 바이오 모델 탄생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우려는 남는다. 대기업 주도 모델은 자체(in-house) R&D센터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각개전투형이다. 시대를 따라잡는 과학지식이 지속적으로 유입돼야 하는 바이오에서는 각개전투형이 유효한 전략이 아니다. 대기업 혼자서 지속적으로 모든 과학지식을 준비할 수는 없다. 과학지식의 공급이 본연의 책무인 ‘대학’과의 협력이 중요하다. 대기업 주도 모델로 출발하지만 바이오산업이 성공하려면 ‘대학’을 끌어안는 지혜가 필요하다.

손동원 인하대 교수·경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