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성물질, 지구 한 바퀴 돌아 강원도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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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27일 일본 야마가타현 요네자와의 한 병원에서 후쿠시마 제1원전 근처 마을인 미나미소마에서 피난 온 여성이 방사능 검사를 받고 있다. [요네자와 로이터=뉴시스]


대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27일 강원도 대기 중에서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에서 누출된 것으로 보이는 방사성물질이 극미량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날 검출된 방사성물질은 핵분열 때 나오는 불활성 기체의 일종인 제논(Xe)133으로 반감기가 5.2일이다.

 제논133은 23일부터 평상시 수준보다 극미량 초과한 양이 검출됐으나 이날은 ㎥당 0.878Bq(베크렐)까지 농도가 상승함에 따라 KINS 측은 원인 파악에 나섰다.


 KINS의 이동명 방사능탐지분석실장은 “대기확산 컴퓨터 예측모델을 이용해 방사성 제논의 이동경로를 역추적한 결과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출된 방사성물질의 극히 일부가 캄차카 반도로 이동한 뒤 고위도 지방에서 지구를 한 바퀴 돈 다음 다시 시베리아를 거쳐 남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측정치를 방사선량으로 환산하면 시간당 0.00650나노시버트(nSv=100만 분의 1mSv)로 국내 자연방사선 수준(시간당 평균 150nSv)의 2만3000분의 1에 불과해 인체에는 영향이 없다. 이 실장은 “제논을 검출한 측정소는 북한의 지하 핵실험을 탐지하기 위한 용도여서 극미량의 방사능까지 검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기상청과 KINS 등에서는 편서풍 때문에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성물질이 곧바로 한반도로 날아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혀왔다. 일반적으로 편서풍을 타고 중위도 지방에서 지구를 한 바퀴 도는 데는 2~3주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립기상연구소 전영신 황사연구과장은 “(중위도 지방을 따라 이동한 방사성물질은) 지구를 한 바퀴 돌아 한국에는 31일이나 다음 달 1일께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 말했다.

 이에 앞서 중국 동북 지방의 헤이룽장(黑龍江)성 3개 현(縣)에서도 미량의 인공 방사성물질이 검출됐다. 신화통신 보도에 따르면 중국 환경보호부 국가핵안전국은 라오허(饒河)·푸위안(撫遠)·후린(虎林)현 등 헤이룽장성 3개 현의 검측소에서 26일 인공 방사성물질인 요오드131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핵안전국은 “검측된 방사성물질의 농도는 인체에 무해한 수준”이라 고 밝혔다. 중국 언론들은 “이번에 검측된 인공 방사성물질은 동일본 대지진 이후 후쿠시마 원전에서 새어 나온 것으로 잠정적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대전=김방현 기자,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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