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훈, 부자동네 강남구에 1억 기부하는 뜻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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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이 영구임대아파트가 서울에서 3번째로 많고, 기초생활수급자도 1만 명이나 된대요. 부자동네로만 알려져서 더 큰 피해를 보신다고 하기에….”

 ‘기부천사’ 가수 김장훈(사진)씨가 1억원을 또 기부한다. 벌써 누적 기부액만 110억원이다. 근데 기부 대상이 서울 강남구다. 올해 예산만 5400여억 원으로, 서울 25개 구청 가운데 압도적 1위인 곳이다. 왜 그랬을까.

 강남구 관계자들이 김씨를 찾은 건 이달 초. 앞서 여러 대기업들로부터 문전박대를 당한 끝에 마지막으로 김씨를 찾았다. 관내 3000여 명에 달하는 독거노인과 장애인들에게 생필품을 무료로 제공하는 ‘이동 푸드마켓’ 사업비를 부탁하기 위해서였다. “전년도에 비해 구 예산이 970억 원이 줄면서 돈 나올 데가 없었죠. 기업들도 무슨 강남에 기부를 하냐고 하고.” 강남구 이호현 복지정책팀장이 말했다.

 김씨 역시 처음엔 “강남이 뭐가 부족해서…”하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풍요 속 빈곤’에 처한 ‘강남 서민’의 사정을 듣곤 이내 기부를 결정했다. “제가 돕는 복지시설이 있어요. 집이 얼마 전 수리를 해서 겉모습이 꽤 그럴싸하죠. 근데 그 뒤론 후원이 뚝 끊긴 거예요. 먹고살 만한가보다 하고 오해하는 거죠.”

 독도 캠페인과는 달리 기부 소식만큼은 비밀로 하는 김씨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27일 기자와 통화에 응해줬다. 김씨는 “소식을 알려서 기업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싶었다”고 했다. 기부금 전달식은 28일 강남장애인 복지관에서 열린다.

양원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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