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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Special] 무대로 돌아온 ‘팝의 디바’ 셀린 디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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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의 디바’ 셀린 디옹. 그녀는 수퍼스타이자 수퍼맘이었다. 지난 20여 년간 기복 없이 세계 최정상 여가수의 자리를 지켜 온 그녀는 지난 15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시저스 팰리스 호텔 콜로세움에서 자신의 이름을 내건 새로운 쇼 ‘셀린(Celine)’의 첫 무대를 열었다. 앞으로 3년간 계속될 공연이다. 매니저이자 남편인 르네 앙젤릴(69)과의 사이에서 쌍둥이 아들 에디와 넬슨을 낳은 지 6개월여 만에 돌아온 무대다.

 라스베이거스는 열광했다. 이미 2003~2007년 5년간 같은 곳에서 ‘새로운 날(A New Day)’이란 타이틀의 공연을 해 누적 관객 300만 명, 티켓 판매 수입 4억 달러라는 경이적인 성공을 거뒀던 셀린 디옹이기에, 그녀의 새로운 쇼에 대한 기대감은 폭발적이었다. 관계자들은 ‘엘비스 프레슬리, 프랭크 시내트라, 다음은 셀린 디옹’이라고 입을 모은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장기 공연으로 경이적 성공을 거둔 수퍼스타들의 이름이다.

4000여 관객의 열광적 환호와 함께 공연을 마친 그녀를 기자회견장에서 만났다. 기품이 넘쳤지만 세계적 스타들에게서 흔히 느껴지는 과장된 몸짓이나 말투는 찾아볼 수 없었다. 셀린 디옹은 회견에서 가수이며 한 남자의 아내이자 세 아이의 엄마로 사는 기쁨을 한없이 드러냈다. 나이 듦을 부정하지 않았고 스스럼 없이 자신을 표현했다. 영어와 프랑스어로 진행된 이날 회견에는 AP, NBC, ABC 등 미국과 캐나다의 주요 언론 100여 곳이 몰려들었다. 아시아계 언론으로는 유일하게 j가 초대받았다.

●첫 공연을 마친 소감이 궁금하다.

 “무대에 서기 전엔 언제나 떨린다. 두렵진 않지만 긴장은 되기 때문이다. 오늘 공연은 특히 그랬다. 이 무대에 서는 순간을 수없이 그려보고 준비했는데도 막이 열리는 순간 다리가 후들거리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무대에 등장한 첫 순간부터 매 곡이 끝날 때마다 기립박수를 보내주는 팬들 덕에 점점 두 다리를 바닥에 굳게 붙이고 제 페이스를 찾을 수 있었다. 내가 정말 많은 이에게 필요한 사람, 사랑받는 사람이란 느낌이 다시 한번 드는 밤이다. 행복하고 감사하다.”

●3년 만에 라스베이거스로 돌아왔다.

 “나보다 남편이 더 신났다. 다른 모든 남자가 그렇듯 라스베이거스를 정말 좋아한다. 사실 이렇게 금방 다시 라스베이거스 무대에 서게 될지 몰랐다. 지난 3년간 월드 투어를 하며 23개국 93개 도시를 돌았고, 천사 같은 두 쌍둥이 아들도 얻었다. 이제 열 살 난 아들 르네찰스와 두 쌍둥이 에디, 넬슨 거기에 남편까지 합쳐 돌봐야 할 ‘아이’가 넷이나 된다. 처음 르네찰스를 낳았을 때는 엄마로서의 삶이 너무 행복해 아예 음악을 그만둘 생각도 했다. 하지만 이젠 엄마로서 노래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행복하다. 진심으로 내 삶이 이보다 더 좋아질 수는 없으리라 생각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 많은 노래를 새로운 색깔, 다양한 감정으로 부를 수 있다는 것도 실감한다. 20~30대에는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표현할 수 있게 됐고, 원래 알던 노래들도 새롭게 들려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 솟구친다. 이번에 재즈곡이나 샹송에 도전한 것도 그 때문이다. 오늘 무대에 서보니 이전보다 팬들과의 감정적 거리도 한층 좁혀진 것 같다. 나이 마흔셋을 코앞에 두고 이 무대에 다시 서니 모든 것이 더 재미나고 색다르다. 새 쇼 ‘셀린’이 정말 마음에 든다.”

●월드 투어를 하는 동안 기억에 남는 곳이 있나.

 “고국인 캐나다 팬들의 따뜻하고도 어마어마한 환호가 최고였다. 홈 팬들 앞에서 공연하는 것은 언제나 행복하다. 한국 팬들도 정말 멋졌다. 아주 ‘와일드’ 하다. 다른 나라 팬들 다섯 배를 합친 것보다 열광적이다. 서울에는 이틀밖에 머무르지 못했지만 한국 입양아 출신인 댄서 에디 영미와 함께여서 더 의미가 있는 공연이었다.”

●엄마이자 수퍼스타로서의 일상이 궁금하다.

 “지난해 10월 쌍둥이를 낳은 이후 내 일상은 ‘젖 먹이기’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그래서인지 하루가 어떻게 시작돼서 어떻게 끝나는지 감각도 없다. 자다가도 깨서 4시간마다 모유 수유를 한다. 정오쯤 일어나 두유를 넣어 커피를 타 마시고 아침 식사를 거하게 한다. 매일 트레이너를 만나 딱 5분만 자전거로 유산소운동을 한 후 간단한 스트레칭과 마사지를 받는다. 그러고 나면 또 수유 시간이다. 이후에는 공연장에 나와 사운드 체크나 메이크업 등을 하며 공연을 준비한다. 무대 오르기 한두 시간 전엔 아직도 꼭 보컬 트레이닝을 받는다. 물론 이때도 수유는 빼먹지 않는다. 막이 오르기 직전엔 주문처럼 항상 마음속으로 아이들에게 말을 건넨다. ‘들으렴, 너희를 위한 노래야’라고.”

●무대 뒤 모습이나 육아 과정 등 사생활을 스스럼없이 공개하는 편이다.

 “내 삶은 ‘오픈 북’이다. 개인적 이야기를 팬들과 나누는 것이 좋다. 몇 달 전 쌍둥이 낳은 것을 전 세계가 아는데 굳이 숨기는 것보다는, 나와 내 가족이 얼마나 행복한지 자랑하고 보여주는 것이 더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팬들과도 더 가까워지는 느낌이다. 관객들이 나를 더 잘 알고 가까이 느끼면 무대 위에서 감정을 전달하고 원하는 바를 표현하는 것도 훨씬 수월해진다. 이번 공연에서 우리 가족의 행복한 일상을 영상으로 많이 보여주는데, 그러고 나니 빌리 조엘의 ‘자장가(Lullaby)’를 부를 때 팬들에게 내 마음이 한층 강하게 전달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이들에게도 음악적 재능이 있나.

 “나보다 낫다. 큰아들인 르네찰스는 정말 대단하다. 집에 가면 아이들에게 노래를 많이 불러주는 편도 아니고, TV를 보여주거나 음반을 들려준 적도 없는데 벌써 음악에 대한 지식이 상당하다. 엘비스 프레슬리와 비틀스에서부터 저스틴 비버, 레이디 가가까지 모두 섭렵했다. 가끔은 혼자 그럴듯한 뮤직비디오를 찍어 와서는 보여준다. 가끔은 아이가 좋아하는 음악을 따라가지 못해 곤란할 때도 있다. 나처럼 음악가가 되고 싶어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재능이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이번 공연에서 마이클 잭슨을 추모하며 부르는 노래들이 인상적이다.

 “열다섯 살 때 TV에서 마이클 잭슨이 ‘벤(Ben)’을 부르는 것을 처음 봤다. 그 이후 내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다. 프랑스어밖에 못하던 내가 영어를 배운 것도 마이클 잭슨처럼 노래하고 싶어서였다. 그가 몇 년 전 바로 이 공연장에 내 쇼를 보러 와서 바로 이 공연장 어느 자리에 앉아 공연을 보고, 무대 뒤까지 찾아왔던 순간도 잊을 수가 없다. 그를 정말 존경하고 사랑했다. 너무 빨리 떠났다. 그 아쉬움을 나만의 방식으로 달래며 마이클 잭슨을 추모하고 싶었다.”

●공연 기획 단계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냈다고 들었다.

 “남편과 스태프 덕이다. 이렇게 믿고 일할 수 있는 매니저가 내 남편이라 정말 다행이다. 모든 뮤지션과 스태프도 20여 년을 변함없이 내 곁에 있어준 사람들이다. 모두가 좋은 팀 플레이어들이다. 남편과 스태프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면 잘못된 선택을 할 일이 없다. 사실 난 13년 전에 타이타닉의 주제곡인 ‘마이 하트 윌 고 온(My Heart Will Go On)’도 안 부르겠다고 했었다. 처음 도입부 멜로디를 듣고 ‘이게 뭐야’ 했었지만 남편과 다른 스태프가 ‘그래도 이 곡은 하는 게 좋겠다’고 설득해줬다. 내가 이 사람들을 믿고 따를 수밖에 없는 좋은 예다.”

●‘마이 하트 윌 고 온’처럼 팝 역사의 클래식으로 남을 대표곡을 갖고 있는 느낌이 궁금하다.

 “오늘도 ‘마이 하트 윌 고 온’을 앙코르 곡으로 불렀다. 사실 이번 공연에선 이 노래를 오프닝으로 하고 싶었지만 많은 이가 말렸다. 팬들이 기대하는 바가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평생 그래야 할 것 같다. 피할 수가 없다. 가수로서 아주 영광스럽지만, 한편으로는 언제나 나를 따라다니는 숙제처럼도 느껴진다. 어떻게 해야 이 노래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 넣을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한다. 가끔은 이 숙제를 관객들이 풀어준다는 느낌도 든다. 똑같이 불러도 그날 그날 다른 반응을 보여주는 팬들 덕에, 13년이 지난 오늘도 ‘마이 하트 윌 고 온’은 아주 조금 새로워졌다.”

●‘셀린’쇼가 무너진 라스베이거스 경제를 다시 일으킬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이번 공연 준비를 위해 다시 라스베이거스에 돌아오던 날, 시저스 팰리스 직원 1000명이 자발적으로 모여 환호를 해줬었다. 그때 이번 쇼의 경제적 효과에 대해 라스베이거스 사람들이 거는 기대가 얼마나 큰지 실감했다. 2007년 ‘어 뉴 데이’ 쇼가 끝나자마자 하필 라스베이거스 경기가 안 좋아졌던 것이 크게 작용한 듯하다. 하지만 너무 큰 부담을 느끼고 싶진 않다. 난 그저 가수일 뿐이다. 최선을 다해 무대를 선사할 것이고, 나를 보러 많은 팬이 와 준다면 그것만으로 만족이다.”

●일본의 지진 대참사에 대한 느낌은 어떤가.

 “일본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닥친 크나큰 불행이다. 도망갈 수조차 없는 자연의 분노가 큰 공포로 다가왔다. 하지만 그 처참한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고, 좌절하고 주저앉기보다 빨리 일상으로 복귀하기 위해 움직이는 일본 사람들의 정신력이 경이로웠다. 분명 금방 다시 일어설 것이다. 사실 너무도 끔찍하고 무서워 뉴스를 아예 안 보려고 노력했다. 특히 공연을 준비하면서는 평정심을 찾기 위해 가능한 한 잊으려고 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언제까지 지금처럼 노래할 수는 없으리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때까지는 이렇게 변함없이 노래할 것이다. 내가 물러나야 할 때는 팬들이 알려줄 것이다. 그때가 돼도 여전히 내 노랠 듣고 싶어하는 팬들을 위해 작은 클럽에서라도 공연하고 싶다. 영화에도 도전할 것이다. 마리아 칼라스 역할을 해 보는 게 꿈이다. 아카데미 시상식에 축하 공연을 위한 가수가 아니라 후보로도 참석해 보고 싶다. 가족과 함께 해 보고 싶은 일도 많다. 요트로 지중해를 항해해 보고 싶기도 하고, 파리에 작은 아파트를 마련해 살면서 매일 친구들을 초대해 맛있는 음식도 해주고 싶다. 작사·작곡 공부도 하고 중국어나 이탈리아어 공부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상상만 해도 ‘트레 비앙’(Très Bien)이다.”



j칵테일 >> 마이클 더글러스, 톰 크루즈, 실베스터 스탤론 … 톱스타도 열광

2003년 3월 25일 셀린 디옹은 라스베이거스에서 ‘새로운 날(A New Day)’ 첫 무대를 열었다. 시저스 팰리스 호텔에서 그녀만을 위해 9500만 달러를 투자해 만든 콜로세움 무대였다. ‘태양의 서커스’ 출신 연출가 프랑코 드래곤이 감독한 ‘새로운 날’은 셀린 디옹의 음악에 환상적 안무와 첨단 무대 효과를 결합시켜 순식간에 팬들을 사로잡았다. 당초 3년 예정이었던 공연은 공연마다 전석 매진이라는 폭발적 인기에 힘입어 2007년 12월 15일까지 연장됐고, 셀린 디옹은 5년간 700여 회의 공연을 소화했다. 세계적 유명인사들도 줄지어 공연을 관람했다. 마이클 더글러스와 캐서린 제타 존스, 톰 크루즈와 케이티 홈스, 실베스터 스탤론, 샤니아 트웨인, 리키 마틴, 도널드 트럼프, 톰 행크스, 아널드 슈워제네거, 할리 베리, 앤서니 홉킨스, 오프라 윈프리, 그리고 마이클 잭슨까지 모두가 셀린 디옹을 보기 위해 라스베이거스를 찾았고 아낌없는 기립박수를 보냈다.

이경민 기자

2011년 3월 15일 새롭게 시작된 ‘셀린’ 쇼는 그래미 어워즈, MTV 무비 어워즈 등을 단골로 연출했던 켄 얼리크(Ken Ehrlich)가 진두지휘를 맡았다. ‘뉴 데이’에서 보여줬던 화려한 시각효과는 자제하는 대신 셀린 디옹의 음악적 역량을 맘껏 뽐낼 수 있도록 연출한 것이 ‘셀린’의 특징이다. 셀린 디옹은 이번 공연에서 자신의 히트곡뿐 아니라 그룹 저니(Journey)의 ‘오픈 암스(Open Arms)’, 엘라 피츠제럴드(Ella Fitzgerald)의 ‘유 윌 해브 투 스윙 잇, 미스터 파가니니 (You’ll Have to Swing It, Mr.Paganini)’ 등 다양한 곡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소화한다. 실제를 연상시키는 홀로그램 효과를 이용해 마치 두 명의 셀린 디옹이 노래를 부르는 듯한 효과를 내기도 하고, 스티비 원더의 영상과 ‘오버조이드(Overjoyed)’를 듀엣으로 선사하기도 한다. 셀린 디옹은 공연 내내 의상을 10여 번 갈아입는다. 발망, 랑방, 베르사체, 에릭사브 등 최고급 브랜드의 드레스가 세 아이의 엄마라고는 믿을 수 없는 셀린 디옹의 몸매와 만나 화려하게 빛난다.

라스베이거스=LA중앙일보 이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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