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점 만점 평가서 50점 안 되면 … 신공항 대신 김해공항 확장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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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30일 발표하는 동남권 신공항 입지평가 결과를 앞두고 입지평가위원회 위원들이 24일 후보지인 부산 가덕도에서 현장실사를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24일 오전 11시20분 부산시 천가동 대항마을의 산자락. 가덕도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이곳에서 영남권 신공항 입지평가위원 20여 명이 가덕도 앞바다를 둘러봤다. 가덕도 앞바다 약 990만㎡(약 300만 평)에는 빨간색 부표 6개가 띄워져 있었다. 또 배 6척이 부표 외곽을 따라 돌며 신공항 예정지임을 알렸다.

 5년여를 끌어온 신공항 후보지가 닷새 후인 30일 결정된다. 신공항 후보지 최종 발표일이 눈앞에 다가오면서 평가위도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날 평가위의 현장실사는 당초 일정에는 없던 일로 사흘 전 서둘러 마련한 것이었다. 부산 가덕도와 대구가 밀고 있는 경남 밀양의 신공항 유치 경쟁이 가열되면서 현지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평가 결과에 반영하자는 취지였다. 박창호(서울대 교수) 평가위원장은 이 같은 유치 열기를 감안한 듯 “공정하게 평가하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밀양 실사는 25일 한다.

 평가위는 실사를 마치는 대로 26~27일 평가단을 구성한다. 신공항 입지 평가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평가주체를 평가위(20명)와 평가단(30명)으로 이원화한 데 따른 것이다. 평가위는 평가기준을 만들고, 평가단은 평가기준에 맞춰 후보지에 대한 점수를 매기는 심사를 한다. 평가위 위원 20명은 국토해양부가 선임했지만 30명 정도로 꾸려질 평가단은 평가위가 구성한다.

또 두 곳 모두 항공·교통·지역개발·환경 분야의 민간 전문가만 참여한다. 두 곳 모두 지역이나 학연 등으로 후보지와 연관된 인물은 배제했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28~30일 최종 심사를 할 평가단은 외부와 차단된 곳에서 2박3일간 합숙을 한다.

 평가기준은 이미 공개돼 있다. 경제성과 공항 운영, 사회·환경 등 3개 부문에 걸쳐 19개 항목이다. 공항 운영과 사회·환경에 30%씩, 경제성에 가장 큰 40%의 가중치를 둔다. 결국 신공항의 총사업비와 수요, 건설의 용이성 등을 평가할 경제성에 따라 두 곳의 희비가 갈릴 전망이다.

 문제는 가덕도와 밀양 등이 평가 결과 50점에 미치지 못할 경우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100점 만점의 평가에서 두 곳 모두 50점에 미달되면 김해공항 확장 같은 다른 대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신공항은 당초 부산·대구·경북·경남·울산 지역의 거점공항 역할을 맡기기 위해 추진됐다. 김해공항이 2025년께면 연간 이용객이 2000만 명에 달해 포화상태가 될 것이란 분석 때문이었다. 하지만 두 곳 모두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평가되면 추진력을 상실하게 된다.

또 다른 국토부 관계자는 “두 곳 모두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나오면 신공항 건설은 백지화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영남 지역의 요구에 밀려 경제성을 무시한 채 10조원 이상을 투입했다간 전국 단위의 더 큰 반대여론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김해공항 확장안이 유력한 대안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한국항공대 이영혁 교수는 “4조원 안팎이면 김해공항을 확장해 늘어날 영남권의 항공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 내에서도 신공항이 무산될 경우 영남권 거점공항은 필요한 만큼 김해공항 확장안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가덕도와 밀양 중 한 곳이 50점 이상 획득해도 실제 신공항이 건설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정부는 재정 500억원 이상이 투입되는 사업은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예비타당성 조사에서는 사업의 비용 대비 효과(Benefit/Cost)가 얼마나 되는지를 따진다. 하지만 가덕도와 밀양 모두 국토연구원의 두 차례 연구 결과 B/C가 각각 0.7과 0.73 수준이었다. B/C가 1 이하면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인천공항의 경우 B/C가 1.4였다.

부산=김상진 기자, 장정훈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동남권 신공항=한반도 동남쪽에 인천공항에 이은 동북아 제2의 허브공항을 짓겠다는 목표로 추진됐다. 2025년까지 660만㎡의 부지에 10조원을 들여 완공한 뒤 한 해 1000만 명의 국제 여객을 실어나르겠다는 계획이다. 신공항은 2006년 말 공론화됐다. 영남권 지자체들이 건설을 요구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토부에 타당성 검토를 지시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대선 당시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 등 두 곳의 권역별 공약집에서 신공항 건설을 공약했다.

신공항 후보지 선정 일정

▶ 24일 입지평가위원회, 부산 가덕도 현지 시찰
▶ 25일 경남 밀양 현지 시찰
▶ 26~27일 입지평가위원회가 별도 평가단 구성(항공 전문가 30명 선발)
▶ 28~30일 평가단, 밀양·가덕도의 적합도 심사(2박3일 합숙)
▶ 30일 입지평가위원회, 평가단 보고받아→총리실 보고→심사 결과 발표 (100점 만점에 50점 미달이면 탈락)

자료 : 국토해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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