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로 읽는 서정시 … 종이 대신 전자책만 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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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시집도 전자책(e-북)으로 내는 시대다. 빠르게 변하는 시류에 맞춰 아예 ‘종이 시집’을 내지 않고 전자책으로만 시집을 낸 시인이 있다.

주인공은 최명란(48·사진) 시인. 최씨는 200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시로, 2006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시로 등단했다. 2008년 첫 시집 『쓰러지는 법을 배우다』를 현재 ‘문예중앙 시선’의 전신 격인 ‘랜덤 시선’에서 냈다. 시인 신경림씨는 “현실 속에서 찾아낸 이미지를 활기찬 언어로 그려낸다”고 평가했었다.

 전자책으로만 출간한 최씨의 두 번째 시집은 『명랑한 생각』이다. 52편의 시가 3부로 나뉘어 실려 있다. 12일부터 교보문고 홈페이지(www.kyobobook.co.kr)에서 4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종이책 시집보다 1000~4000원 정도 싼 가격이다.

 시집을 구입하면 삼성 SNE-60K 등 전자책 단말기, 아이폰·갤럭시 S 등 스마트폰, 태블릿 PC인 갤럭시탭 등에 다운받아 감상할 수 있다.

 교보문고 디지털 퍼블리싱 유영신 파트장은 “장르소설은 더러 전자책으로만 출간하는 경우가 있지만 아마추어도 아닌 기성 등단 시인이 전자책으로만 시집을 내는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정호승 시인은 “시집 출간의 새 루트가 열리는 것 같다”며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최씨는 몇 해 전 남편을 잃었다. “이후 말 할 수 없이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디게 해 준 게 시였고, 하루라도 빨리 아픈 과거를 잊자는 마음에 전자책 출간을 하게 됐다”고 했다. 최씨가 교보문고를 찾은 것은 2월 하순. 3주 만에 시집이 나온 것이다.

 교보문고 측은 “실제 시집 제작 과정은 이틀 정도”라고 했다. 서정시도 속전속결, 모바일로 즐기는 시대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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