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지시설 전제로 고유황 벙커C유 사용 허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4면

울산시의 대기환경 정책 방향이 일본의 원전사고와 맞물려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22일 울산시에 따르면 기업체들이 대기오염 방지시설 설치를 전제로 고유황 벙커C유 사용을 허용하는 연료정책을 확정했다. 대기오염 예방을 위해 10년 전부터 저황유(황 함량 0.3%이하)만 허용해오던 것을 13배가 넘는 황을 함유한 고황유(대부분 4%)도 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달라진 연료정책은 시의회의 조례 제정을 마친 뒤 올 하반기쯤 시행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울산시는 “방지시설 없는 저유황보다 방지시설을 거친 고황유가 대기오염을 더 저감시킨다”며 “대기질도 개선하고, 기업의 고유가 부담도 덜어주는 일석이조 정책”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울산환경운동연합 등은 “탈황시설이 고장을 일으키면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울산지역 산업체에 대한 연료 규제는 1986년 정부가 대기특별대책지역으로 지정하면서부터다. 황 함량 허용치를 87년 2.5%이하로 규제했고, 이후 기준을 계속 강화해 2001년부터는 0.3%가 넘는 벙커C유는 일절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그 결과 96년 대기의 아황산가스 농도가 환경부 허용기준치(0.02ppm)이하로 내려갔고, 2005년부터는 0.008ppm을 유지해왔다.

 이에 고무된 울산시는 2005년부터는 저황유 사용업체에 대해서도 LNG로 교체를 권장해 왔다.

 하지만 3년전부터 기업체들이 고유가를 이유로 고황유 허용을 끈질기게 요구해오자 수용키로 확정한 것이다. 이에 대해 울산시 관계자는 “시 입장에서도 답보 상태인 대기오염 수준을 개선할 돌파구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울산시의 아황산가스 농도는 환경부 기준치보다 낮지만 7대 도시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울산시의 방침은 산업체의 아황산가스 배출 허용치를 현재의 180ppm에서 50ppm이하로 강화, 이 기준에 맞는 방지시설을 설치한 업체에만 고황유 사용을 허용한다는 것. 이렇게 되면 고황유 사용업체가 저황유를 사용할 때보다 아황산가스 배출농도를 60%이상 저감시킬 수 있다고 한다. 저황유는 아황산가스 배출 농도가 130ppm으로 정부 허용치(180ppm)보다 낮아 방지시설을 설치할 의무가 없다.

 고황유로 바꾸면 저황유에 비해 가격이 11%쯤 싸다. 울산지역 전체로는 연간 약 1270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 업체당 100억원이 넘는 오염방지시설 투자가 필요하지만 1~2년이면 투자액을 전액 회수할 수 있다.

 그러나 울산환경운동연합 오영애 사무처장은 “일본 원전 사고처럼 대기오염방지 시설도 고장·부주의 등 예기치 못한 사고 가능성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사전 예방책(연료 규제)을 버리고 사후 방지책(오염배출 방지시설)으로 역주행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발했다.

이기원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