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중국대사 “중국, 한반도 상황 악화 막기 위해 노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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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신썬 주한 중국대사가 부임 1주년을 앞둔 지난 17일 서울 효자동 중국대사관에서 본지와 단독 회견을 했다. 장 대사는 지난해 서울에서의 성공적인 G20 개최는 한국의 자랑이자 아시아의 자랑이라고 말했다. [변선구 기자]

“일본 지진은 인류의 비극이다. 중국과 한국·일본 세 나라는 역대로 이 같은 재난 극복을 위해 함께 노력해 왔다. 중국은 일본이 요청하면 어떠한 도움도 제공할 용의가 있다.” 17일 서울 효자동 주한 중국대사관에서 이뤄진 장신썬(張鑫森·장흠삼·58) 중국대사와의 인터뷰는 동일본 대지진 문제로 시작됐다. 제6대 주한 중국대사인 그는 31일로 부임 1주년을 맞는다.

-일본 지진 사태가 심각하다.

 “인류의 비극이다. 중국은 후진타오(胡錦濤·호금도) 국가주석 등 영도인(지도자)들이 곧바로 일본에 위로의 뜻을 전달했고, 3000만 위안(약 54억원)어치의 무상원조도 제공했다. 구호물자와 구호대원을 실은 항공기가 이미 재난지역으로 향했고, 일본의 에너지 부족을 감안해 2만t의 휘발유와 중유도 보냈다. 중국은 일본이 요청하는 어떠한 도움도 제공할 용의가 있다.”

-중국이 쓰촨(四川) 대지진을 겪은 게 불과 3년 전이다.

 “2008년 쓰촨 대지진 때 중국은 한국과 일본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우리는 그 도움을 잊지 못한다. 중국과 한국·일본 세 나라는 역대로 재난 극복을 위해 함께 노력해 왔다. 모두 힘을 합해야 한다. 우리의 이웃인 한국과 일본에 중대한 재난이 발생한다면 중국은 온 힘을 다해 도울 것이다.”

-최근 한국 영사와 중국 여성이 얽힌 ‘상하이 스캔들’이 터졌다. 치정 문제인가, 미인계인가.

 “한국 언론을 통해 소식을 들었다. 그러나 상하이 주재 한국 총영사관에서 일어난 이번 일에 대해 내가 아는 건 없다. 한국 정부가 잘 알지 않겠는가.”

-중동에 ‘재스민 혁명’ 바람이 불고 있다. 중국에서도 지난달부터 시위를 촉구하는 글이 인터넷에 돌고 있다. 중국 내 ‘재스민 혁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세계의 추세는 평화와 발전이다. 현재 13억의 중국인은 먹고사는 데 문제가 없는 ‘온포(溫飽)’ 수준을 달성하고, 이젠 문화생활도 즐길 수 있는 전면적인 ‘소강(小康)’ 사회 건설에 나서고 있다. 중국 인민이 현재 바라는 건 정치 안정과 경제 발전이다. 중국은 앞으로 어떤 곤경에 부닥치더라도 이를 극복할 지혜가 있다고 본다.”

-14일 폐막된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에선 향후 5년 동안의 중국 발전 문제를 다룬 12차 5개년 계획이 통과됐다.

 “중국이 앞으로 맹목적인 성장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란 점을 주목해야 한다. 환경 파괴를 대가로 한 성장은 안 된다. 이를 위해 성장 방식을 바꾸고 내수를 확대할 것이다. 5년 동안의 성장률도 7%로 낮춰 잡았다. 원자바오(溫家寶·온가보) 총리가 강조했듯이 올해 시작되는 12차 5개년 계획 동안 ‘민생 개선’에 정책의 초점이 맞춰질 것이다.”

-남북한 관계는 아직도 긴장상태에 처해 있다. 한국 내 일각에선 중국이 북한 편을 든다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한반도의 이웃 국가로서 중국은 진심으로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바란다. 또 책임 있는 대국의 입장에서 중국은 한반도 사태의 악화를 막기 위해 관련국 사이를 분주히 오가며 건설적인 조정자 역할을 해 오고 있다. 최근 한반도의 긴장이 다소 완화되는 조짐이 있긴 하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관련 당사국들이 긴 안목을 갖고 6자회담을 재개해 대화와 협상의 궤도로 돌아오기를 희망한다.”

-지난해 중국 환구시보(環球時報)의 거친 논조에 놀랐다. 환구시보가 중국 정부의 불편한 심기를 대변하는 건 아닌가.

 “언론과 정부는 다르다. 이 점은 한국 언론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는 것이다. 중국 정부 각 부문은 대변인 제도를 이용해 중국 정부의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한국도 대변인 제도가 있지 않은가. 양국 정부의 입장이 언론의 관점에 의거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지난해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중·일 분쟁에서 중국이 보여준 강경한 태도는 세계를 놀라게 했다. 2003년부터 중국이 주장해 온 중국의 ‘평화적 부상’ 정책은 폐기된 것인가.

 “중국이 굳건하게 평화발전의 길을 걷겠다는 건 임시방편의 이야기가 아니라 중국의 전통문화와 중국 자체의 이익, 아시아와 세계의 평화를 고려해 결정한 전략적 선택이다. ‘이웃과 선하게 지내고 이웃을 동반자로 삼는다(與隣爲善 以隣爲伴)’는 생각에는 변화가 없다. 현재 해결하기 곤란한 문제는 잠시 미뤄뒀다가 조건과 시기가 성숙한 뒤에 다시 이야기하자는 게 중국의 입장이다. 그러나 중국의 영토와 주권 등 핵심 이익에 대한 중국의 태도는 확고한 것으로, 덮어놓고 무어라 말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올해 7월 1일은 중국공산당 창립 90주년, 10월 10일은 신해혁명 100주년 되는 날이다. 이들은 현대의 중국인들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가.

 “중국공산당은 제국주의와 봉건주의를 물리치고 신중국을 건설했다. 이로써 중국인은 일어서게 됐고 또 부유해지기 시작했다. 신해혁명은 쑨중산(孫中山·손중산: 중산은 쑨원(孫文)의 호) 선생의 영도 아래 2000여 년 지속된 봉건왕조를 무너뜨린 큰 사건으로, 쑨 선생이 제창한 ‘천하위공(天下爲公: 천하는 황제 개인의 것이 아니라 만민의 것이다)’ 사상은 아직도 오늘을 사는 중국인들을 고무시키고 있다.”

-지난 1년 동안의 한국 근무 소감은. 또 내년으로 수교 20주년을 맞는 한·중 관계를 어떻게 보는가. 최근 한국 정부는 각종 중국연구센터를 만들며 중국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에 와 직접 중·한 우호를 증진시키는 일에 참여한다는 건 큰 영광이다. 책임 또한 크다. 지난해 서울에서 개최된 G20(주요 20개국) 회의는 한국의 자랑이자 아시아 전체의 자랑이기도 하다. 중·한 두 나라는 앞으로 발전 과정에서 이런 저런 문제에 부딪힐 수도 있겠지만 ‘높이 올라 먼 곳을 바라보며 큰 그림을 그리는(登高望遠 着眼大局)’ 입장에서 지혜를 모으고 서로 노력하는 자세로 양국 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것으로 믿는다.”

글=유상철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장신썬=1953년 중국 상하이 출생. 할아버지가 음양(陰陽)을 고려해 돈을 뜻하는 금(金), 집을 뜻하는 목(木)을 이용해 신썬(鑫森)이란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베이징외국어대학 졸업. 아일랜드 주재 대사와 중국 외교부 판공청 주임을 역임해 역대 주한대사 중 가장 격이 높으며 가장 세련된 외교관이란 평가를 받는다. 부인 쑨민친(孫敏勤) 여사도 현직 외교관으로 현재 주한 중국대사관에서 대사 부인 및 참사로서 이중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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