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폭스 “카다피는 합법적 타깃”… 미국 멀린 “카다피는 목표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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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폭스(左), 멀린(右)

리비아 정부군에 대한 연합군의 공습은 일단 성공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토마호크 미사일과 전투기를 동원한 연합군은 리비아 레이더 기지와 방공망을 파괴해 카다피군의 공군력을 무력화했다.

마이크 멀린 미 합참의장은 “두 차례의 공습 동안 카다피군의 전투기는 한 대도 이륙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시민군의 마지막 보루 벵가지를 위협했던 카다피군 탱크와 장갑차도 연합군 전투기에 의해 파괴됐다. 20일(현지시간)엔 카다피의 트리폴리 관저까지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리암 폭스 영국 국방장관은 “리비아 시민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면 카다피는 영국공군에 합법적인 타깃”이라고 말했다. 연합군으로선 개전 이틀 만에 제공권을 장악하고 시민군을 구해낸 것은 물론 카다피의 간담까지 서늘하게 만드는 전과를 올린 셈이다.

 그러나 발등의 불을 끄고 나자 더 큰 숙제가 연합군 앞에 떨어졌다. ‘과연 이번 작전의 궁극적 목표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리비아에 대한 군사개입에 ‘국민보호책임’이란 개념을 처음 적용했다. 독재자가 자국 국민의 생명을 위협할 때는 아무리 주권국가라도 국제사회가 개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 같은 개입이 독재자 카다피의 축출까지 의미하는지는 모호하다.

 미국은 벌써부터 ‘출구전략’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20일 러시아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이번 군사작전의 주도권이 며칠 안에 프랑스·영국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로 넘어갈 것”이라며 “미국의 역할은 제한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멀린 합참의장도 미국 TV방송에서 “현시점에서 카다피를 공격하는 것은 군사개입의 목표가 아니다”고 못 박았다. 연합군 입장에선 카다피가 스스로 물러나주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지만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 때문에 리비아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점점 농후해지고 있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서울=민동기 기자

◆국민보호책임(Responsi bility to protect)=모든 국가는 자국민을 보호할 책임이 있지만 국가가 이를 방기하거나 이행하지 않을 경우,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도록 국제사회가 이에 개입하고 지원할 정당성과 명분을 가진다는 것. 2005년 세계정상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채택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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