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대지진 참사에 '야쿠자'도 구호활동 나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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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사상자 2만 1000명을 넘어서고 있는 3.11 일본 대지진 참사에 범죄 조직인 '야쿠자'도 구호 활동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20일 미 CBS 방송은 "일본의 마피아로 불리는 야쿠자 조직이 이번 대지진 피해를 본 이재민에게 수 톤 분량의 생활필수품을 제공하는 등 구호 활동에 동참했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에 따르면 최근 일본 3대 야쿠자 그룹은 기저귀, 배터리, 컵라면 등 다양한 생활 필수품을 수십대의 트럭에 나눠 재난지역 각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동지방을 근거로 하는 야쿠자 그룹 중 하나인 '스미요시파'는 12일 트위터를 통해 '그룹 본부와 지방 사무실을 피난소로 개방한다'고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한 야쿠자 조직원은 "현재 일본에는 야쿠자도, 일반인도, 외국인도 없다. 우리는 모두 일본인이고 서로 도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으며 또 다른 조직원은 "이재민들이 야쿠자가 제공하는 구호품이라고 우리 호의를 거절하지는 않을까 걱정"이라는 뜻을 방송을 통해 전했다.

야쿠자의 구호활동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들은 1995년 고베 대지진 때에도 이재민들을 대상으로 지원 활동을 펼친 바 있다. 당시 일본 전역에 조직원을 둔 '야마구치파'는 헬기까지 동원해 빵과 생수, 계란 등을 공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야쿠자의 구호 활동에 대한 일본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야쿠자가 정부보다 재해복구에 신속하게 대응한다"는 호의적 반응이 있는 반면 "범죄 조직의 이미지를 개선해 국민 지지기반을 높이기 위한 술수가 아니냐"는 우려 섞인 반응이 대부분이다.

일본 범죄 관련 전문가인 제이크 아델슈타인(Adelstein)은 "야쿠자는 자신들이 약자의 고통을 보듬는 인간애와 정의를 따른다고 스스로 주장한다"며 "현실 세계에서 야쿠자는 약자를 누르고 강자가 되는 조직원이지만 이번만큼은 이들도 약자를 위해 도움을 주려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온라인편집국=유혜은 기자 yhe111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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