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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본 대지진] 몸에 묻은 방사성 물질, 샤워하면 대부분 씻겨 나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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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일본 후쿠시마 다이치 원자력발전소 인근 후타바에서 대피한 이재민이 20일 사이타마 수퍼 아레나의 복도에 골판지로 만든 거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다목적 경기장인 사이타마 수퍼 아레나는 현재 피난처로 사용되고 있다. [사이타마 로이터=연합뉴스]


후쿠시마(福島) 원전 폭발 사고에 대한 걱정과 궁금증이 많다. 현재 원전 상태는 나아지고 있는지, 방사성 물질의 오염을 막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이 그것이다. 중앙일보 원전 종합분석단인 한국원자력연구원 백원필·장문희 박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황일순 교수, 인제대 의대 핵의학과 김종순 교수,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윤주용 박사와 함께 이런 궁금증을 풀어봤다.

Q : 방사성 물질에 대비해 예방약이자 치료약인 요오드화칼륨(KI)을 미리 먹는 건 어떤가.

 A : KI는 방사성 요오드가 체내 갑상선에 쌓이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먹는다. KI를 섭취할 때는 부작용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침샘의 염증과 위장 장애, 알레르기 반응, 발진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장기간 예방 복용을 하면 예방 효과가 떨어지거나 갑상선 기능 이상을 초래할 수 있다. 과다 피폭의 우려가 있기 직전이나 직후에 먹는 것이 좋다. (김 교수)

Q : 일본에서는 시금치와 우유가 방사능 기준치를 초과했다는데.

 A : 노지에서 재배된 채소·과일과 오염된 풀을 뜯어먹은 젖소의 우유는 방사성 물질에 오염될 수 있다. 이런 먹을거리들이 기준치를 초과했다 하더라도 현재 보도된 수준이라면 한두 번 먹는 정도는 괜찮다. 기준치는 오염된 식품을 1년 내내 섭취하는 상황을 바탕으로 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일본산 수입 신선식품에 대해 세슘을 측정하고 있다. (김 교수·황 교수)

포항 상공에 부는 편서풍 ‘바람 장미’ 한반도와 일본 열도 상공에는 편서풍이 주로 분다. 이 편서풍이 현재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물질을 태평양 상공으로 퍼지게 한다. 위의 그림은 2005~2010년 경북 포항 상공에서 측정한 풍향을 ‘바람 장미’로 그린 것이다. 바람장미는 특정 관측 지점에서 일정 기간 동안 바람의 방향과 빈도를 방사상 그래프에 나타낸 것으로 모양이 장미꽃과 비슷하다. 각 방향으로 뻗은 선의 길이는 그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비율을 나타낸다. 바람 세기는 색깔로 표시했다. 고도 3㎞에서는 동풍은 거의 없고 95% 이상이 서풍 계열이다. [사진제공=국립기상연구소]

Q : 비는 맞아도 되나.

 A : 방사성 물질이 후쿠시마 원전 서쪽에 위치한 한반도로 건너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 비를 맞아도 문제 없다. (윤 박사)

Q : 일본에서 귀국한 사람들과 접촉해도 괜찮나.

 A : 방사성 물질은 세균·바이러스와 같은 병원성 미생물과는 다르다. 몸에 묻어도 샤워를 하면 대부분 씻어낼 수 있다. 현재 정부는 공항에 방사선 측정기를 설치해 운용 중이다. 허용치를 초과한 사람은 병원으로 후송해 임시 격리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 때문에 일본에서 귀국한 사람이라고 무조건 피할 필요는 없다. 다만 방사성 물질을 흡입한 사람 본인은 빨리 몸 밖으로 빼내지 못할 경우 암 발병 등의 위험이 있다. (장 박사)

Q : 방사선 피폭은 어느 정도까지 괜찮나.

 A : 민간인이 일상생활을 하며 자연 피폭되는 방사선 양이 연간 1mSv 내외로 알려져 있다. X선 촬영은 약 0.05mSv, CT 촬영은 8~10mSv 정도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에 따르면 연간 100mSv 이하의 방사선을 쬐는 것은 인체에 큰 피해가 없다. 하지만 이는 성인 기준 평균값일 뿐이다. 아이들의 경우 방사선 피폭에 의한 영향이 성인에 비해 2배 이상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 박사)

Q : 방사선에 많이 피폭되면 구체적으로 어떤 피해가 있나.

 A : 500mSv 이상의 방사선에 노출되면 백혈병과 유방·방광·간·위·난소 등의 암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특히 갑상선암 발병 비율이 높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6000명 이상의 갑상선암 발병 사례가 보고됐다. 시간당 150mSv 이상의 방사선 피폭 땐 구역질이 나고, 1000mSv 이상 땐 림프구 감소, 5000mSv 이상이면 탈모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5만mSv 피폭 땐 48시간 내에 사망한다. (김 교수·백 박사)

Q : 사력을 다해 원자로를 냉각하려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A : 원자로 과열로 핵연료가 손상될 경우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대거 누출될 수 있어 이를 막으려는 것이다. (백 박사·황 교수)

Q : 1~4호기의 현재 상태는.

 A : 냉각시스템이 복구되지 않았기 때문에 매우 위험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믿을 수 있는 정보가 많지 않아 정확한 상황은 알 수 없지만 노심도 상당 부분 녹아 내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백 박사·황 교수)

Q : 어떤 조치가 취해지고, 어느 정도 시일이 지나야 안전한 상태가 되나.

 A : 냉각시스템에 전력이 공급돼 정상 가동된다면 열흘 정도면 사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원자로 내부와 냉각용 수조에 있는 폐연료봉(사용후 핵연료)을 식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냉각시스템이 가동되지 않는 상태에서 지금처럼 물을 뿌리는 방식으로는 현상유지 이상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백 박사·황 교수)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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