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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본 대지진] 간 총리, 연립정권 제안 … 야당선 거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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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간 나오토(菅直人·사진) 일본 총리가 야당에 재난 수습을 위한 연립정권 구성을 제안했다가 퇴짜를 맞았다. 오히려 재난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안 그래도 원전 사고에 대한 늑장대응과 무대책으로 비난받고 있는 간 총리의 리더십이 더욱 휘청거리게 됐다.

 아사히 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간 총리는 19일 야당인 자민당의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총재에게 전화를 걸어 부총리 겸 지진재해부흥담당 장관을 맡아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다니가키 총재는 일언지하에 이를 거절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자민당은 재해대책에 대한 협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지만 입각 제안에는 응할 생각이 없다”며 “총리는 지금 하고 있는 노력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말했다. 자민당 간부회의에서도 “간 총리의 연정 제안에 응했다가는 자칫 정권에 이용될 수 있다”는 의견이 팽배했다. 다니가키 총재의 한 측근은 “스스로 해결할 수 없다면 정권을 넘기면 될 일”이라고 비아냥댔다고 신문은 전했다.

 다른 야당인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대표는 이와 관련, “지금 필요한 것은 나라를 재건하는 것이지 야당 대책을 세우는 게 아니다”며 간 총리를 비판했다. 공명당의 한 관계자는 “다 쓰러져가는 간 정권에 야당 인사가 한두 명 입각한다고 해서 살아나겠느냐”며 “연정 제안은 정권 연명을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거대 야당인 자민당의 반발로 간 총리의 연립구상은 하루 만에 물거품이 됐다”며 “야권은 내각에 참여할 경우 지진 뒤처리에 대한 책임을 함께 뒤집어쓸 수가 있고 민주당 정권 기반을 강화해줄 수도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당인 민주당 내에서도 총리의 연정 구상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의 한 간부는 “야당에 연정 제안을 하는 것은 최후의 절차인데, 아무런 사전 논의도 없었다. 총리가 독주하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민주당 대표는 19일 간 총리와의 회동에서 “전력을 다하는 것만으로는 안 되며, 총력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왕좌왕하는 총리에게 ‘정신을 똑바로 차려라’는 훈수를 둔 것이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도 “정부가 정보를 충분히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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