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잘 받는 20대 여성 직장인 … 스트레스성 위궤양 조심

위는 마음의 거울이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플 정도로 스트레스에 취약하다. [중앙포토]

위궤양으로 병원을 찾는 직장인이 많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09년 위궤양으로 진료받은 환자 138만 명을 조사한 결과, 직장인이 또래 비직장인보다 위궤양에 환자가 많았다.

　특히 20대 직장인에서 두드러졌는데 비직장인에 비해 남성은 1.7배, 여성은 1.3배였다. 돌을 먹어도 소화시킨다는 젊은 위장도 업무 스트레스에는 무력했다. 20대 직장인 중에서도 여성 위궤양 환자는 인구 10만 명당 2276명으로 또래 남성 직장인보다 1.6배 많았다. 여성은 모든 연령에서 남성보다 위궤양을 많이 앓았다.

직장 다니지 않는 사람보다 1.7배 더 앓아

직장인 김효주(29·경기도 김포시)씨는 최근 음식을 먹고 토하는 일이 잦아져 병원을 찾았다. 윗배가 콕콕 쑤시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통증이 사라졌다. 최근 업무가 늘면서 나타난 일시적 소화장애라고 여기고 약을 사먹었다. 그래도 구토가 계속되자 겁이 났다.

　직장인은 업무 스트레스가 크고, 비직장인보다 음주·흡연·카페인 섭취가 많은 편이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정훈용 교수는 “도로(혈관)가 잘 뚫려야 건물(위벽)을 튼튼하게 짓는 데 필요한 재료(혈액)가 원활히 공급되는데, 스트레스로 교감신경이 활발해지면 혈류량이 줄어 위벽 속이 불안정해진다”고 말했다.

　지나친 음주와 흡연은 혈관을 수축시켜 위벽에 영양분이 공급되는 것을 방해한다. 커피는 위산 분비를 촉진해 궤양을 악화시킨다.

　 위궤양은 위 안쪽 벽이 갈라지고 파인 것을 말한다. 위염은 음식물이 맞닿는 위 점막층에 국한된다. 반면 위궤양으로 인한 손상은 더 깊고 심각하다. 위벽 내부의 모세혈관이 파괴되면 구토나 대변에 피가 섞여 나온다. 급기야 위벽이 완전히 뚫리는 천공도 발생한다.

약 많이 먹는 노인층도 위궤양 많아

위궤양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감염됐거나, 아스피린과 같은 소염진통제 복용, 위의 재생능력이나 면역기능이 떨어져 나타난다. 위벽이 약해지는 것이다.

　발병률은 나이가 들수록 높아진다. 이번 조사에서도 위궤양 환자 수는 남녀 모두 60~70대 때 정점을 쳤다. 남성의 경우, 인구 10만 명당 20대 1013명, 40대 3326명, 60대 6426명으로 증가했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소화기내과 서정훈 교수는 “고령자는 관절염 등 약물 복용이 많고, 노화로 위벽의 회복능력이 더디다”고 말했다.

　위궤양의 모양은 위암과 매우 흡사하다. 상부위장관 내시경으로 위궤양이 진단되면 조직검사로 암인지 확인한다. 위궤양과 위암은 발생 메커니즘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위궤양이 위암으로 발전하지 않는다.

　위궤양을 진단할 때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 여부도 검사한다. 위벽에 기생하는 이 세균은 암모니아 독소를 만들어 위세포를 손상시킨다.

　서정훈 교수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감염된 사람은 위궤양 발병률이 비감염자에 비해 6~10배 높다”며 “박멸하지 않으면 50~60%에서 위궤양이 재발한다”고 말했다. 헬리코박터균은 항생제와 위산 억제제를 1~2주간 복용해야 멸균된다.

　위궤양은 위점막의 치유를 돕는 방어인자 증강제, 위산 분비 억제제, 위산을 중화하는 제산제를 한두 달 먹어 치료한다. 궤양 치료기간에는 소화가 느린 식이섬유보다 탄수화물과 단백질 위주로 소식한다. 위가 쉴 수 있도록 빨리 비워줘야 하기 때문. 속이 쓰릴 때 우유를 마시면 위산이 중화돼 잠시 증상이 줄지만 칼슘이 위산 분비를 늘려 궤양이 악화한다.

이주연 기자

위궤양이 의심되는 증상

● 공복 시 배와 가슴에 통증이 느껴진다
● 신트림이 올라오고 구역질·구토를 한다
● 토혈이나 흑색 변이 있다
● 음식을 먹으면 통증이 사라졌다가 소화되는 30분~1시간 정도 지속된다
● 소화가 잘 안 되고 헛배가 부르다

위궤양이 있을 땐

● 담배를 끊고 금주한다
● 규칙적으로 식사하고, 천천히 씹어 과식하지 않는다
● 잠들기 전엔 식사를 하지 않는다
● 자극적인 양념과 딱딱하고 기름진 음식, 섬유질이 많은 채소를 피한다
● 커피·탄산음료·우유·오렌지주스·감귤·레몬·토마토를 제한한다
●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을 익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