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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리포트] 차병원 “습관성 유산, 특정 단백질이 원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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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I-H4 단백질이 길게 발현되면 정상(위)이고 짧으면 습관성 유산을 의심한다.

우리나라 전체 임신부의 15%가 유산을 경험한다. 유산 경험자 3명 중 1명은 습관성 유산이다. 염색체나 면역체계의 이상, 호르몬 불균형, 담배·술·중금속 등이 원인이다. 그러나 그 밖의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가 절반 이상이나 된다. 원인을 모르니 예방법과 치료법도 없다. 한번 유산한 여성은 또 유산하지는 않을까 늘 마음을 졸여야 했다.

 습관성 유산 환자를 혈액검사만으로 선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강남차병원 여성의학연구소 백광현 교수팀은 특정 단백질(ITI-H4)이 습관성 유산에 관여하며, 이 단백질의 길이가 짧을 때 습관성 유산이 나타난다고 17일 밝혔다.

 연구팀은 최근 원인불명의 습관성 유산 환자 29명과 정상 여성 28명의 혈액을 검사해 단백질의 성분과 특성, 그리고 양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 습관성 유산 환자의 65%에서 ITI-H4 단백질이 짧은 형태로 관찰됐다. 정상 여성에게선 짧은 길이의 ITI-H4 단백질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백광현 교수는 “원인 단백질을 찾았기 때문에 습관성 유산 환자를 쉽게 진단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백 교수팀은 현재 혈액 내의 ITI-H4 단백질을 찾아 확인하는 진단키트에 관한 특허를 내고 개발 중이다. 진단키트가 나오면 혈액검사만으로 습관성 유산을 밝힐 수 있다.

 백 교수는 “ITI-H4 단백질의 기능을 밝혀내 조절하면 습관성 유산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다”며 “불임을 정복하는 데 획기적인 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해 미국생식의학회와 유럽산부인과학회에서 발표됐으며, 2월 분자바이오시스템스 저널에 소개됐다. 백 교수는 습관성 유산에 관여하는 27개 유전자를 2002년 세계 최초로 규명한 바 있다.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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