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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이 조언하는 초등 한자 공부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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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어는 우리말의 70%를 차지한다. 초등학교 국어책의 55%가 한자어다. 한자를 잘 알아야 어휘력을 높일 수 있고, 독해력을 키울 있다. 또 두뇌 활동이 활발한 6~12세 전후로 한자를 익히면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사고력과 암기력도 키울 수 있다. 초등학생 한자교재를 편찬한 경기도 남양주 평동초 교사들에게 한자에 흥미를 갖고 재밌게 배울 수 있는 방법을 들었다.

생활 속 한자로 흥미 유발

 한자 학습은 전 교과목에 영향을 미친다. 국어·사회·과학은 물론이고 수학 개념도 한자어가 많기 때문이다. 배수(倍數)와 분수(分數)를 배울 때, 배수의 배(倍)가 ‘곱하다’, 분수의 분(分)이 ‘나누다’는 의미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 개념을 이해하는 데 효과적이다. 평동초 안인환 교사는 “생활 속에서 자주 사용하는 한자를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안 교사는 “일(一)과 이(二)를 가르칠 때 ‘달리기에서 영희는 일(一)등 하고, 희수는 이(二)등 했다’는 문장으로 만들고, 자원봉사(自願奉仕)라는 단어는 태안반도 사건을 예로 들어 설명하면 아이들이 훨씬 쉽게 이해한다”고 설명했다. 생활 속에서 자주 쓰는 한자어는 교과서나 아이가 자주 지나가는 상점·상호 등에서 찾으면 좋다.

한자급수시험으로 실력 점검

 고학년은 교과서에서 배운 내용 중 이해가 안 되는 단어를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좋다. 일기 쓸 때 아는 한자를 활용해 적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한자어를 섞어 쓰기 어려우면, 일기를 다 쓴 후 부모와 함께 한자어로 바꿀 수 있는 단어가 있는지 알아보면 된다. ‘엄마와 함께 시장(市場)에 다녀왔다. 채소(菜蔬)를 샀다’ 라는 문장에서 시장과 채소처럼 생활 속에서 자주 쓰는 한자어에 대해 알게 된다.

 새로운 한자어를 여러 번 반복해 적으면 단기간에 외우지 못해도 잠재의식 속에서 기억할 수 있다. 다음에 배울 때 같은 단어가 나오면 좀 더 쉽게 외우게 된다. 한자급수시험에 도전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본인의 실력도 점검할 수 있고 성취감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흥미가 없는 아이를 억지로 가르치려고 하면 한자에 대한 두려움이 생길 수 있다. 이럴 때는 음훈(音訓)만 익히게 하는 것이 좋다. 음훈만 익혀도 어휘력 신장에 도움이 된다. 김인호 교사는 “사회수업 시간에 아이들에게 ‘왜 고(古)조선이라고 하느냐’고 묻자 한 학생이 ‘옛 고(古)를 써서 조선시대와 구분한 것’이라고 대답 하더라”고 설명했다. 쓸줄은 몰라도, 옛 고(古)를 알면 고전문학선·고조선·고사성어·고대 등의 단어가 다 옛날과 관련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는 설명이다.

놀이로 배우면 음훈 절로 학습

 저학년 때는 학습만화나 카드 등으로 흥미를 유발할 필요가 있다. 김 교사가 소개한 방법은 ‘한자카드 기억력 놀이’와 ‘한자 숨은그림찾기’다. ‘한자카드 기억력 놀이’는 카드모양 종이를 준비해 앞면에는 한자를 적고, 뒷면에는 음훈을 적은 뒤, 부모와 함께 상대방이 말한 음훈의 한자카드를 찾는 방법이다.

 부모가 “큰 대”라고 말하면 아이는 ‘大’자가 적힌 카드를 찾으면 된다. 정해진 시간 안에 누가 더 많은 한자를 찾았는지 내기하는 놀이다.

 ‘한자 숨은그림찾기’는 부모나 아이가 종이에 그림을 그린 후 그림 속에 한자를 숨겨놓으면 된다. 시골풍경에서 밭을 그린 후 ‘밭전(田)’자를 숨겨 놓고, 인삼을 그린 후 ‘사람인(人)’ 자를 숨겨놓는 식이다. 잡지나 그림을 이용해도 되지만, 직접 그려서 만들면 아이의 창의성도 개발할 수 있다. ‘어떤 그림을 그릴까 고민하면서 창의력이 향상되고, ‘어떤 한자를 숨길까’ 고민하는 사이 한자를 외울 수 있다.

[사진설명] 왼쪽부터 안인환·이수연·김인호 교사

<전민희 기자 skymini171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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