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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키워드] N세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N세대가 몰려오고 있다!''
오늘날 문화변동은 정보통신 기술이 주도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매체가 기존 문화와 삶의 방식에 전례없는 변화를 일으키며 미지의 21세기를 열어가고 있다.

이 디지털 혁명의 물결을 타고서 새로운 문화의 주인공이 등장하고 있는데, N세대가 바로 그것이다.
여기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는 이들의 모습에서 다가올 시대의 한 단면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N세대란 영어로 ''네트 제너레이션'' (net generation) 의 줄임말이다.
컴퓨터나 통신기기를 이용한 ''접속'' 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네트워크 세대'' 라고도 불린다.미국의 경우 N세대는 1976년 이후 출생한 인구집단을 가리키는데, 현재 전체 인구의 30%를 점하고 있다.

이들은 전후 베이비붐 세대와 X세대(x-generation) 의 계보를 잇고 있으며, 국내에 소개된 돈 탭스콧의 ''N세대의 무서운 아이들'' 이나 더글러스 러시코프의 ''카오스의 아이들'' 이 겨냥하는 것도 이들의 문화코드다.

그러면 N세대의 문화적 특징은 어떠한가.
첫째, 인터넷과 함께 성장한 첫 세대라는 점이다.
이들에게 일방적인 TV는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 대신 자신이 직접 참여하면서 상호작용하는 매체를 선호하는 편이다.

이들은 각종 디지털 매체를 선택적으로 활용하면서 문화 향유와 메시지 생산의 주체로 부각되고 있다.

둘째, 사이버 공간을 삶의 중요한 무대로 인식한다는 점이다.
N세대가 인터넷이나 영상을 통해 접하는 가상세계는 그 자체로 자신의 삶이자 현실이다. 물리적인 접촉 없이도 사이버 공간에서 친구나 또래 집단을 사귀거나 잡지를 만들거나 하면서 그들만의 집을 짓고 있다.

이들은 앞으로 교육의 본질과 방식에도 획기적인 변화를 촉구하게 될 것이다.

셋째, ''N세대를 잡아라'' 는 말이 예증하듯이 21세기의 거대한 소비자 층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의 잠재력을 먼저 감지한 기업 분야에서는 ''인터넷+N세대〓전자상거래'' 라는 공식이 널리 퍼져 있다.

지금도 10대의 소비능력은 괄목할 만하지만 이들이 소비주체가 되면 전자상거래의 규모는 더욱 커지고 비즈니스와 마케팅의 전략에도 일대 혁신이 일어날 조짐이다.

이렇듯 N세대의 아이들은 예전과는 사뭇 다른 문화양식을 내보이고 있다. 이에 대한 기성세대의 반응은 대개 양극으로 엇갈린다.

N세대가 독점.권위.논리.이성보다는 공유.자유.상상력.감성을 터득해나간다고 높이 평가하는 반면, 컴퓨터 중독증과 사회성 결핍, 그리고 ''개성 없는 개성'' 으로 인한 정체성 상실이 N세대의 미래에 어두운 그늘을 드리운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단적으로 기성세대 역시 N세대에 대해 지나친 기대와 과도한 우려 사이에 또 다른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이다.

거듭 말하자. 오늘의 N세대는 이미 ''비트의 배를 타고 사이버 대륙으로'' 향하고 있다. 이들이 그 곳에서 과연 ''꿈의 동산'' 을 일구어낼지는 아무도 모른다.

분명한 건 N세대, 그 아이들의 손에 우리네 미래가 달려있다는 점이다. 이제 어른들이 할 일은 아이들의 항해가 중간에 좌초하지 않도록 돕는 일이다.

그러려면 아이들이 개척하려는 사이버 신대륙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한다. 그게 첫 삽이다.

김성기 (계간 ''현대사상''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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