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방에서 생긴 일

중앙일보

입력

며칠전에 사촌형과 게임방에 갔습니다. 사촌형이 워낙 스타 크래프트를 못해서 재미 없어진 나는 채팅이나 하려구 인터넷에 들어갔습니다.

근데 거기에 '몸매 불문, 얼굴 불문, 나이 불문 여자면 된다 나랑 잘사람' 이라는 방이 있더군요.

전 사촌형 한테 이런 방도 있다면서 웃었습니다..

그러자 사촌형 건전 사회 건설을 위해 불의를 못참는 공익 요원..

자리를 바꾸자고 하더군요.난 형이 뭐하나 지켜봤습니다.

형은 대화명을 [니에미]로 하더니 그녀석 혼자 있는 방에 들어가더군요. 그녀석의 아이디는 꼴에 정우성..

[정우성] 하이

누군가 들어와서

반갑게 인사했는데..

대화명을 보는 순간..

당황했나 봅니다..

[정우성] "헉.."

아무말도 없더군요..

[니에미] 난 니 에미다 이눔아 여기서 뭐하는 거냐?

[니에미] 니 에미라니깐.. 대답도 안할거냐 이눔아..

정우성은.. 두말도 안하고 짤라 버리더군요..

포기하지 않는 사촌형..

열혈 부산 남자..

다시 들어갔죠..

[니에미] 야 이눔아 이제 니 에미를 쫓아내기 까지 하냐

[니에미] 여기서 도대체 뭐하는 짓이냐 이놈아...

[정우성] 아이 X팔...

역시 짤림..

형은 대화명을 바꿉니다..

[이쁜희야]

올라오더군요..

그리구 다시 그방에 들어갑니다..

[정우성] 하이~ 방가~^^

[이쁜희야] 하이..

[정우성] 몇살?

[희야] 아이.. 나이 상관 없다며..

[정우성] ^^ 방제 보고 들어온거예요?

[희야] 응*^^* 수줍..
(으웨웨켁켁켘)

[정] ^^ 그럼 길게 얘기할거 없이 만날까? 전화기 있어?

짜식 어지간히 급했군..

[희야] 응.. 있어 근데.. 정말 여자면 아무나 상관없어?

[정] 응^^ 정말..

[희야] 진짜?

[정] 진짜라니깐..

[희야] ^^ 근데 나 사실...

[정] 왜? 못생겼어? 괜찮아...

[희야] 아니.. 그런게 아니라..

[정] 그럼?

[희야] 니..

[희야] 에미야..

[정] 헉--;;

또 짤림...

이 정도 되면..

그만둘텐데..--

그넘은 계속 꿋꿋하게 버티고 있더군요..

다시 대화명을 바꾸는

사촌형..

바다 사나이..

덕천동 불곰..

[섹시걸]

다시 들어갔죠..

[걸] 하이~

[정] 하이~

[걸] 몇 살이야?

[정] 25, 지금 어디야?

[걸] 왕십리.

[정] 어? 여기서 가깝네?

[걸] 응..

[정] 대화명 보니깐.. 방제에 관심 있는거 같다?

[걸] 응.. 그러니깐 들어왔지.

[정] 그렇구나^^

[걸] 근데 너 키커?

[정] 아니. 보통키야

[걸] 몇인데?

[정] 171.4

자세히도 쟀다..

[정] 싫어? 작아서?

[걸] 아냐.. 그만하면 작진 않네..

[정] ^^ 그럼 우리 만날까?

[걸] 응.

[정] 니 핸폰 번호좀 불러줘..

[걸] 니꺼 부터 불러봐...

[정] 01x-112-1234
(여기로 전화 해보는 사람 없겠져..)

[걸] 너 본명이 정우성이야?

[정] 아니.. 박쭝헉(가명,21) 넌?

[걸] 난 01X-46x-468x야..(내꺼--;;)

[정] 이름은?

[걸] ^^ 근데.. 내 이름이 좀 웃기다..

[정] 뭔데^^

[걸] 에이.. 말하기 싫은데..

[정] 말해봐..

[걸] 니...

[걸] 에미..

[정] ......

결국 지쳤는지..

그넘이 나가버리더군요..

형의 의기 양양한 한마디

"서울에는 와이리 변태가 많노"

한판승..이었습니다..

--;;

여러분..건전한 채팅 문화를..

근데..

누가..

변탠지..--;;

* 출처: 신비로 유머(ID:나우누리 lover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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