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낙엽을 밟으며 함께 걷고 싶은 여자 아나운서, 김주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젊은 직장 남성 1백명에게 '낙엽을 밟으며 함께 걷고 싶은 여자 아나운서'를 물었다. 서른 즈음의 미혼 직장인 1백명이 참여한 이 설문조사에서 아나운서 김주하가 1위(29표)를 차지했다. 2위 황현정(27표), 3위 황유선(22표).

김주하 아나운서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내내 학창시절 읽었던 수필의 한 구절이 머리 속을 맴돌았다. "냉면을 먹을 때는 농부처럼 먹을 줄 알고, 스테이크를 자를 때면 여왕처럼 품위있게…"

김주하는 그런 사람이다. MBC 〈아침뉴스 2000〉의 앵커 김주하와 새벽 라디오 프로그램 〈아니 벌써〉의 DJ 김주하는 분명 같은 사람이지만 그 모습은 너무도 다르다. 뉴스를 진행할 때의 그는 가장 앵커답고, 음악프로그램을 진행할 때의 그는 가장 DJ답다. 그는 그 비결을 그 프로그램에 '동화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애초 그와 1시간 동안의 인터뷰를 약속했으나 준비한 질문의 반의 반을 물어보기도 전에 1시간이 지나고 말았다. 아나운서라는 직업이 말 잘하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직업이라고 하나 그만큼 김주하는 막힘이 없었다. 합창을 한다면 소프라노보다 알토를 맡아야 할 것 같은 조금은 굵은 음성이지만 뉴스를 진행할 때보다 약간 높은 톤으로 이야기하는 그의 목소리에서 솔직함과 당당함을 느낄 수 있었다.

정상의 인기를 구가하던 백지연씨가 도중하차한 후 MBC가 입사한 지 1년이 갓 지난 그를 선택한 것은 모험이었다. 그러나 그가 앵커를 맡은 지 8개월이 지난 지금 사람들은 그 선택이 옳았음을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한 직장인은 1990년대가 백지연의 시대였다면 2000년대는 김주하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김주하의 인기는 급상승중이다. 적어도 아침뉴스를 보고 출근하는 젊은 직장인들에게는 그의 인기가 타 방송사 9시뉴스 앵커의 인기를 능가한다. 아나운서도 여느 연예인처럼 스타로 대접받는 시대가 됐지만 그는 연예인의 인기와 아나운서의 인기는 분명 구별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아나운서만의 본질적인 영역이 있다는 뜻이다.

어떤 앵커가 좋은 앵커인가 하는 물음에 그는 전임 앵커였던 손석희 아나운서에 대한 이야기로 답변을 대신했다. 그는 손석희 아나운서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유일한 앵커'라고 평했다. 그만큼 소신과 용기, 능력을 동시에 갖춘 앵커라는 말이다. 바로 그것이 앵커 김주하의 지향점이 아닐까.

김주하는 '어느날 자고 일어나 보니 스타가 되어 있었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 최종 합격할 때까지 아나운서가 되겠노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이도 있지만 그는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 서울대를 오가며(그는 이화여대 과학교육과 출신) 상식이니 논술이니 하는 공부를 1년 넘게 했다고 한다. 신문을 읽을 때면 지금도 크게 소리내어 읽는다. 정확한 발음과 고저장단 연습을 위해서다.

새벽 3시에 일어나 저녁 9시가 넘어 배달되는 조간신문 7개를 꼼꼼히 훑어보고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 바쁜 일상이지만 그가 반드시 지키는 것이 있다. '주일성수'(主日聖守). 독실한 기독교인인 그는 그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인물도 예수님이라고 말한다. 그의 삶 가운데 항상 예수님이 계심으로 인해 꿈을 잃지 않고 살아올 수 있었다는 것이다.

꿈이 무엇인가 하는 물음에 그는 비밀이라며 웃었다. 팬들로서는 그가 꿈을 이뤄 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행복한 일일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