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에게 화난 사르코지, 제일 먼저 군사작전 선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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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다피(왼쪽)와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2007년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의 바브 아지지아(지도자 궁)에서 악수하고 있다. [트리폴리 AP=연합뉴스]

니콜라 사르코지(Nicolas Sarkozy) 프랑스 대통령이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최고지도자를 제거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사르코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리비아 영공에 대한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결의한 직후인 18일 오전(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통화했다. 둘 간의 통화에선 군사적 조치의 범위가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정부는 곧바로 대 리비아 군사작전 착수를 선언했다.

 프랑스의 이 같은 반카다피 행보는 한 달 전만 하더라도 예상하기 힘든 것이었다. 사르코지와 카다피는 2007년 프랑스와 리비아를 번갈아 방문했다. 카다피는 에어버스 여객기 21대와 군수물자 등 100억 유로(당시 약 14조원)의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사르코지는 “더 이상 카다피를 독재자로 간주해선 안 된다”고 화답했다. 이후 프랑스는 이탈리아에 이어 두 번째로 리비아에 많은 무기를 수출하는 나라가 됐다.

 지난달 15일 리비아 사태가 터진 후에도 프랑스는 한동안 카다피 제재에 미온적이었다. 미국 등이 군사개입 카드를 만지작거리던 상황에서 프랑스 정부 대변인인 프랑수아 바루앵 예산장관은 지난 1일 “(시민군에 대한) 인도주의 차원의 지원이 최선”이라며 군사행동 가능성을 배제했다.

 그러던 프랑스의 입장이 10일 급변했다. 프랑스는 반카다피 세력 지도부인 과도국가위원회를 리비아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인정한다고 선언했다. 외국이 시민군 정부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첫 사례였다. 프랑스의 뒤를 이어 영국 등 서방 각국의 시민군 정부 지지 선언이 잇따랐다.

 프랑스의 갑작스러운 방향 전환은 재스민 혁명 이후 거세진 프랑스 시민의 사르코지 정부 비판이 배경이 됐다고 프랑스 언론들은 분석했다. 프랑수아 피용 총리는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의 지원을 받아 공짜 이집트 여행을 즐긴 일이 불거졌다. 미셸 알리오마리 전 외교장관도 재스민 혁명으로 쫓겨난 튀니지 독재자 지네 엘 아비디네 벤 알리 측근의 도움으로 튀니지 여행을 즐긴 사실이 드러났다.

  프랑스의 시민군 지지선언 이후 양국 관계는 급속도로 냉각됐다. 리비아 외무부는 10일 “프랑스는 더할 나위 없이 어리석은 국가”라며 단교 방침을 밝혔다. 리비아 국영TV는 “사르코지를 하야시킬 엄청난 비밀을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카다피의 차남 샤이프 알이슬람은 16일 “사르코지는 리비아에서 받은 대선자금을 반환해야 한다. 자금 전달을 입증할 자료도 있다”고 사르코지를 자극했다. 프랑스는 영국과 함께 유엔 안보리에 상정할 비행금지구역 설정안 초안을 작성했다.

결의안 표결에선 미국·영국과 함께 중국·러시아 등 금지구역 설정 반대 국가들의 기권을 유도해 리비아에 결정타를 날렸다. 프랑스 못지않게 카다피 정권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던 영국도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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