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같으면 물가 안정 위해 금리 대신 원화가치 올릴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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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67·사진) 전 경제부총리는 16일 “물가 안정을 위해 금리보다 원화가치를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잘못 금리를 올리면 2003년과 같은 가계대출 파동이 나타날 수 있다”며 “정부로선 금리를 올릴 수도, 올리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나라면 금리 대신 환율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환율을 내리면(원화가치 상승) 수출에 지장이 있을 수 있지만, 지금까지 기업들이 낮은 금리와 높은 환율로 이익을 많이 내서 견딜 힘이 있다”는 게 이유다.

 그는 또 “거물급 행장들이 오고 하나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하겠다고 덤비면서 국내 은행들이 무한 경쟁 상태에 들어갔다”며 “별로 먹을 게 없는데 뜯어먹으려 벌떼처럼 덤벼드는 치킨게임 중”이라고 말했다. 특히 “산업은행장에 거물이 와서 위상에 걸맞게 행동을 하면서 또 한번 시장에 커다란 변화를 몰고 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날 신한은행 주최로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신한 프라이빗 뱅크 그랜드 투자세미나’에서 ‘2011년 국내외 경제·금융환경’이란 강연을 통해서다.

그가 공개 강연을 통해 정부 정책 방향에 ‘훈수’를 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2005년 공직에서 사퇴한 이 전 부총리는 2008년 11월 세계 경제위기 때 서울대 강연을 통해 정부 정책에 조언을 한 바 있다.

 이 전 부총리는 또 동일본 대지진과 관련, “이번 사태를 계기로 활력을 잃었던 일본 경제가 새로운 돌파구를 찾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로·가옥·상하수도 건설 등 일본 국내 수요가 일어날 것이란 분석에서다. 그는 “한국은 단기적으로는 일본의 생산 차질로 유리할지 몰라도, 중장기적으론 일본과 또다시 매우 어려운 경쟁을 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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