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대법관 증원 안 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3면

윤남근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 소위가 대법관 수를 현재보다 6명 증원한 20명으로 하는 내용의 상고심 개혁 방안을 내놓았다. 대법관 3인으로 구성된 6개의 소부 이외에 대법관 10인으로 구성된 합의체 2개를 운영하고, 이들 합의체 사이 법령 해석의 통일이 필요한 경우에는 20명 전원이 참석하는 대법원 전원합의체를 구성한다는 것이다.

 특위 개혁안은 그 내용, 목표, 입안과정 모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최고법원인 대법원의 구성을 변경하는 법원 개혁안과 대검 중수부 폐지, 특별수사청 설치 등을 골자로 하는 검·경 개혁안은 개혁의 목표나 내용에 있어 아무런 공통점이 없다. 그럼에도 이를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놓음으로써 개혁안에 대한 논의와 여론수렴에 엄청난 혼란이 초래되고 있다. 또한 입법-사법-행정 사이의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이념에 비춰보더라도 삼권분립의 한 축인 사법부 최고법원을 검·경과 한데 묶어 개혁을 논하는 것은 사법부에 대한 모욕이다.

 주지하듯이 우리 헌법(101조 2항, 107조 2항)이 대법원에 부여한 기능은 최종적인 법률심으로서 법령 해석의 통일을 기하도록 하는 것이다. 특위 개혁안과 같이 대법원이 사법과 공법 영역에 각각의 판단 기능을 수행하게 되는 두 개의 머리를 가진다면 어떻게 헌법이 부여한 법령 해석의 통일이라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겠는가. 선진국에서 알 수 있듯이 최고법원은 하나의 재판부(one bench)로 심판할 때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특위 개혁안은 20명 대법관 전원으로 구성된 합의체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으나 전원합의체가 제대로 기능할 수 없음은 불을 보듯 뻔하다. 합의체가 실질적인 합의를 할 수 있으려면 구성원이 제한될 수밖에 없고, 학자들은 그 상한을 12~13인 정도라고 본다. 대법원 판결은 그 하나하나가 국민을 향하여 법의 원칙과 법 해석의 기준을 선언하는 것이어야 하므로 대법원은 어떤 의안에 대하여 찬반 투표로 가부를 결정하는 위원회와는 성격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향하고 있는 법조 일원화 제도를 채택한 나라 중에서 대법관 수가 15명을 넘는 나라를 찾아보기 어렵다. 미국 9명, 영국 12명, 캐나다 9명, 호주 7명. 이들 국가가 소수의 대법관을 유지하는 이유는 단순명료하다. 대법원으로 하여금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 합의를 통하여 법령 해석을 통일하고 정책법원으로서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23명의 법관으로 구성된 독일 연방일반법원의 대연합부나 19명으로 구성된 프랑스 총원연합부의 심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교훈을 애써 외면해서는 안 된다.

윤남근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