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 아랫목은 끓고 윗목은 냉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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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주기자]

2000년대 중반 투자불패로 명성을 떨쳤던 인천 송도국제도시. 부동산 경기가 풀리고 있다지만 송도 주택시장엔 아직 봄이 찾아오지 않은 것 같다.

한때 수억원씩 웃돈이 붙었던 아파트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분양가 이하로 몸값이 떨어지는 아픔을 겪은 후 그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았다. 여전히 분양가보다 싼 매물이 적지 않다. 하지만 송도 주택시장 전체가 춥지는 않다. 윗목과 아랫목 온도차가 꽤 크다. 매매시장에서는 99㎡대와 조망이 가능한 가구가 윗목이다. 99㎡대는 3000만~5000만원 정도 웃돈을 줘야 하고 중대형도 바다 조망 등에 따라 3000만원 정도 웃돈이 붙었다. 송도공인 관계자는 “송도는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바다 조망이 중요한 선택요소로 꼽힌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인기가 좋은 새 아파트는 송도에서는 찬밥이다. 올 초 브랜드 대단지 아파트가 줄줄이 입주하고 있지만 시장 반응은 냉랭하다. 1월 입주가 시작된 송도힐스테이트(154~282㎡)는 입주율이 40%선이고 2월부터 입주하고 있는 송도자이하버뷰(126~366㎡)는 아직 20%선에 불과하다.

99㎡대 인기…크기 같아도 조망 따라 몸값 달라져

웃돈이 붙은 가구는 거의 없다. 126~154㎡형의 경우 바다가 보이는 고층의 경우 분양가보다 3000만원 정도 몸값이 올랐다.

하지만 198㎡대 이상은 분양가보다 1억원까지 싸게 나온 매물도 있다. 사실상 거래가 없어 정확한 시세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 아파트들이 잇따라 입주 중인 송도에서 중소형은 웃돈이 붙었지만 대형은 마이너스 프리미엄에도 거래되지 않는다.

전세시장은 그나마 괜찮은 편이다. 역시 99㎡대가 인기고 새 아파트보다 입주 5~6년차 아파트 전셋값이 더 비싸다.

지난해 11월 입주를 시작한 송도더샵센트럴파크 106㎡형은 전셋값이 1억3000만원선이지만 입주 6년차에 접어든 송도풍림아이원 110㎡형은 1억5000만~1억6000만원이다. 힐스테이트공인 관계자는 “세입자들이 새집증후군을 꺼리기도 하지만 새 아파트 입주 첫해는 관리비가 비싸 잘 들어가려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상가시장은 아직까지 먹구름이 잔뜩 끼어있다. 송도의 대표 상가로 꼽히는 커낼워크 입점율은 5%도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입주가 시작된 아파트의 단지 내 상가도 텅 비어 있다. 상권이 활성화되기에는 아직까지 배후수요가 부족하다는 평이다. 커낼워크의 경우 올해 명품 아울렛이 오픈하면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송도 주택시장은 아직까지 회복세를 탔다고 보기는 이르지만 최근 이른바 ‘삼성바람’이 불면서 조만간 봄바람이 불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삼성은 올 초 송도에 바이오산업단지를 조성, 2020년까지 2조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전세시장은 들썩이고 있다. 송도아이파크 115㎡형은 한달새 전셋값이 2000만원 올라 1억6000만~1억8000만원선이다. 하지만 아직 남은 미분양이 적지 않은 데다 앞으로 공급될 분양물량도 많아 단기간에 회복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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