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군량미 넉넉한데 군인들이 돼지사료를 먹는 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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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식량난이 심각하지만 북한군은 그렇지 않다. 적어도 1년치 군량미는 비축돼 있다. 굶주린 군인들이 이런 군량미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어쩌면 인지상정이다. 그래서 군 장교를 중심으로 군량미를 빼돌려 주린 배를 채운다. 대신 강냉이나 중국산 돼지사료가 원래 있던 군량미를 채운다. 들키지 않기 위한 조치다.

대북전문매체인 열린북한방송은 14일 북한 고위급 소식통을 인용해 "올해 1~2월 보위사령부가 군부대를 검열하다 식량을 빼돌린 장교 100여 명을 적발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이 빼돌린 군량미는 수백t에 달한다고 한다.

적발된 장교들은 조만간 강제 제대되거나 강등될 예정이라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이다. 법대로라면 더 큰 처벌이 내려져야 하지만 수가 너무 많아 처벌만으로 손 쓸 단계가 아니어서 이 정도 선에서 마무리하는 것이다.

소식통은 "최근 언론들이 북한군의 식량사정이 어렵다고 말하는데 사실은 약간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군인들이 통강냉이나 감자, 중국산 돼지사료를 먹는 것은 군대 내 후방담당 장교들의 개인 비리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북한당국이 한 해 농사의 수확물이나 외부로부터 식량 원조품을 받으면 군량미로 돌리고 있기 때문에 군대의 일 년치 식량은 충분히 보장되고 있다”고 말했다. 군량미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식량의 '질'이 안좋아졌다는 얘기다.

보통 쌀 1kg의 가격으로 강냉이 2kg 이상을 살 수 있다. 이 때문에 빼돌린 쌀의 절반은 착복하고, 나머지는 팔아서 옥수수로 바꿔 저장하면 똑같은 무게의 식량을 비축할 수 있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한편 이 소식통은 “북한군은 비리의 여파로 인해 올해 연초부터 군부대 식량공급을 전투부대와 비전투부대를 구분, 차등해 공급하는 원칙을 세우고 있다”며 “경보병이나 저격을 비롯한 특수부대는 입쌀을 공급하고 일반 보병과 같은 부대는 통강냉이나 감자 위주로 공급하고 있다”고 전했다. 상관들의 비리로 애꿎은 사병들만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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