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이상한 경어 - 누우실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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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며칠 전 어머님을 모시고 병원에 다녀왔다. 대학병원이라 그런지 직원들이 몹시 친절했다. 하지만 과공비례(過恭非禮)라고 했던가. 지나친 존댓말이 오히려 거부감이 들게 했다.

 “누우실게요.” “목에 힘 빼실게요.” “고개를 돌리실게요.” “레이저 시술 하실게요.” “곧 끝내실게요.” 검사와 치료를 받는 내내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높임말들을 들어야 했다.

 ‘-ㄹ게요’는 ‘-ㄹ게+요’ 형태로 내가 상대에게 어떤 행동을 하겠다고 공손하게 약속하는 말이다. “다시 연락할게요”라고 한다면 내가 상대에게 연락하겠다고 약속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누우실게요’는 어떻게 되는 걸까. 우선 ‘누울게요’는 내가 눕겠다고 상대에게 공손히 얘기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시’가 첨가된 ‘누우실게요’는 성립하지 않는다.

 “선생님은 키가 크시다”처럼 ‘시’는 상대와 관련된 것을 높일 때 쓰는 말이다. ‘누울게요’와 같이 내 의지를 나타내는 말에는 ‘시’가 들어갈 수 없다. 상대에겐 ‘누우세요’라고 해야 한다. “목에 힘 빼실게요”는 “목에 힘 빼세요”가 바른말이다.

 무턱대고 ‘시’를 붙인다고 공손해지는 것이 아니다. 치료를 마치고 계산을 위해 1층으로 가니 이번에는 창구 여직원이 하는 말-. “결제 도와 드리실게요.”

배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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