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본 대지진] 도시 전체 수몰된 미나미산리쿠 … 1만 명 행방불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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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쓰나미 11일 오후 ‘검은’ 쓰나미가 일본 이와테현 미야코시 해안을 덮치고 있다. 쓰나미는 빠른 속도로 해저면과 갯벌을 휩쓸면서 육지로 밀려들기 때문에 검은 색을 띤다. 미야기현의 미나미산리쿠에선 1만 명이 넘는 주민이 쓰나미로 실종됐다. [미야코 로이터=연합뉴스]


“지진으로 집안 가구에 몸이 깔렸다. 간신히 창 틈으로 빠져나왔지만 곧 쓰나미에 휩쓸려 수백m를 내려갔다. 머릿속에선 ‘이대로 죽는구나’란 생각이 떠올랐다. 순간 가족들 얼굴이 떠올랐다. 필사적으로 헤엄을 쳤고 겨우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미야기(宮城)현 센다이(仙臺)시에 사는 40대 남성 이시카와 다쓰오(石川龍郞)는 거대 해일이 덮친 11일의 상황을 떨리는 목소리로 전했다.

미야기현 야마가타(山形)공항에서 센다이 도심까지 60㎞ 거리는 택시로 3시간 넘게 걸렸다. 곳곳이 도로 공사로 정체됐다. 택시 기사 다케우치 야쓰시는 “12일 밤까지 정전·단수가 됐고 일부 지역은 여전히 정전 상태”라고 말했다.

 센다이는 도시 전체가 거대한 쓰레기 더미였다. 쓰러진 건물과 쓰레기가 길을 뒤덮어 어디가 길이고, 어디가 집인지 구별되지 않았다. 자위대는 굴착기 등 중장비로 이동 통로를 뚫고 있었다. 구조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물이 빠져나가지 못해 쓰레기 사이를 구조 보트들이 헤쳐나가고 있었다.

 일부 주민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사라진 가족을 찾기 위해 주변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50대 여성 고야마 에쓰코(小山悅子)는 “쓰나미를 피해 건물 3층으로 올라갔는데 금세 물이 차올라 딸이 휩쓸려 내려갔다. 제발 어딘가에 살아 있기를 바란다”며 울먹였다. 와카바야(若林)구의 60대 여성 사이치 유키코(最知幸子)도 “쓰나미가 몰려오자 자동차를 타고 달아났다. 하지만 쓰나미는 금세 차를 따라잡았다. 차는 물이 닿자마자 곧바로 멈췄다. 그때 뻘 위에 서지 않았으면 나는 죽은 목숨이었다”고 말했다.

 센다이의 여관과 호텔은 모두 휴업 상태다. 가게와 편의점·식당도 모두 문을 닫았다. 도심은 적막했다. 미야기 현청에는 1000여 명의 이재민이 로비와 복도·계단 등에서 종이상자를 깔고 담요를 덮고 자고 있었다. 기자도 잘 곳이 없어 현청에서 이재민과 같이 잠을 청해야 했다.

 센다이시를 비롯해 쓰나미가 밀어닥친 미야기현 일대는 반 토막 난 피아노, 교과서, 뒤틀린 자동차와 심지어 소형 비행기까지 뒤엉켜 거대한 쓰레기 바다가 됐다. 인구 1만7300명의 작은 해안마을 미나미산리쿠(南三陸)엔 11일 높이 10m의 쓰나미가 덮쳐 주민 1만 명이 휩쓸려 갔다. 이들의 생존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미야기현 경찰 책임자는 “미야기현에서만 사망자가 1만 명을 넘을 것”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미나미산리쿠 초등학교 운동장에선 석회가루로 적은 “SOS 음식·물·모포 1000개”란 대형 메시지가 보였다. 구조 헬기가 보고 착륙할 수 있도록 H 표시의 원형 영역을 그려 놓고 그 아래에 이런 메시지를 적어 놓았다.

센다이=박소영 특파원

◆쓰나미(津波·Tsunami)=해안(津)을 뜻하는 일본어 ‘쓰(tsu)’와 파도(波)를 지칭하는 ‘나미(nami)’의 합성어. 지진해일이라고도 한다. 보통 해저에서 지진이 나거나 화산이 폭발할 때 거대한 지각이 함몰되면서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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