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활동 시원치 않을 땐 유익균 보충도 방법이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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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조상이 건강지표로 삼은 3쾌 중 하나가 ‘쾌변’이다. 쾌변의 첫 번째 조건은 대장의 건강. 요즘 대장이 수난이다. 변비는 대중질환으로 자리 잡았고,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도 급증하고 있다. 고지방식 등 서구식 식생활과 스트레스의 증가, 항생제 남용 탓이다. 중앙일보헬스미디어의 특별 기획 ‘지친 대장에 활력을~’ 을 주제로 대장건강법을 2회에 걸쳐 소개한다.

증상 최소한 3개월 이상 지속돼야 진단

유산균은 장의 민감도를 떨어트려 과민성대장증후군 증상을 훨씬 줄여준다. [중앙포토]

서울 성북구에 사는 이진아(가명·19)양은 2년 전 고등학교에 입학한 이후로 변비와 설사를 반복하고 있다. 1~2 주는 변비, 다음 1주일은 설사가 반복된다. 항상 배에 가스가 차고 복통도 있어 학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 이른바 '과민성대장증후군'이다.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주성 교수는 “20~30년 전에는 찾기 힘든 과민성대장증후군이 지금은 경증을 포함해 국민의 15~20%가 앓을 정도로 흔한 질환이 됐다"고 말했다.

증상은 크게 세 가지다. 이양처럼 설사와 변비가 1~2주씩 번갈아 나타나는 증상이 가장 많다. 비에비스 나무병원 민영일 원장은 “대장의 연동운동에 문제가 생기면 변이 장 속에서 충분히 굳지 않아 배출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대장이 과긴장하면 설사가, 이완되면 변비가 반복된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가스도 생기고 복통과 두통이 함께 생긴다.

사람에 따라 변비나 설사 한 가지만 지속될 수 있다. 복통과 복부팽만 등 경미한 증상만 나타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런 증상이 있다고 모두 과민성대장증후군은 아니다. 민 원장은 “증상이 최소 3개월 이상 계속되고, 이로 인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때 과민성대장증후군 진단을 내린다”고 말했다.

스트레스도 원인 … 식이섬유 섭취 늘려야

원인은 스트레스·식생활 변화·장내 유익균 부족·운동 부족 등이 거론된다. 요즘 관심을 끌고 있는 요인이 장내 유익균이다. 장에는 수많은 유익균과 유해균이 살고 있는데 이들이 비슷한 비율로 균형을 맞출 때 장운동이 활발하다.

김주성 교수는 “유익균이 줄면 장운동이 저하돼 변비·설사·복통 등 여러 증상이 나타난다"며 "유익균과 장운동의 관계는 지난 10년간 세계소화기학회의 최대 관심사”라고 말했다. 유익균은 외부 바이러스가 체내로 유입되는 것을 막는 수장역할도 하므로 유익균 감소는 다른 전신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스트레스도 일조를 한다. 민 원장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부교감신경이 작동해 장운동이 저하된다"며 "체류된 음식물 찌꺼기에서 수분이 빠져나가 변이 딱딱해진다"고 말했다. 반대로 장이 갑자기 자극을 받으면 설사가 유발된다. 스레스를 받을 때 갑자기 변비가 생기거나 설사가 이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서구화된 식습관 역시 문제다. 장운동이 원활하려면 식이섬유가 많아야 한다. 민 원장은 “맛있다고 생각하는 식품일수록 섬유소가 적고 부드럽다"며 ""입맛이 서구식으로 변한 신세대에 과민성대장증후군이 많다”고 말했다. 장시간 앉아서 근무하는 습관이나 운동부족도 원인이다.

매일 30분 운동 … 물 8컵 정도 마셔야

과민성대장증후군은 증상을 완화하는 대증치료를 주로 한다. 장의 과다한 운동이 문제라면 장의 예민도를 떨어뜨리는 진경제를 쓴다. 대변의 부피를 늘려 변비를 해소할 때는 식이섬유제제를 처방한다. 스트레스가 너무 심하면 소량의 신경안정제를 보조적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유익균 감소가 과민성대장증후군의 주요 원인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유익균을 인위적으로 투입하는 치료도 한다. 김주성 교수는 “약물은 부작용을 유발하지만 유익균은 다른 부작용이 없다는 점이 장점"이라며 "세계적으로 과민성대장증후군 증상을 감소시키기 위한 유산균 제품 개발과 임상시험이 활발하다”고 말했다. 과민성대장증후군에 유용한 유산균 세 가지를 선별·투입한 유산균 발효유도 선보였다. 서울대병원 김주성 교수팀이 성인 남녀 73명을 대상으로 8주간 해당 유산균 발효유(한국야쿠르트 R&B 밸런스)를 섭취하게 한 결과, 설사와 변비 등 과민성대장증후군 증상이 57% 감소했다.

스트레스를 조절하려는 노력도 중요하다. 자기 전 명상이나, 매일 30분 정도 규칙적인 걷기나 근력운동, 음악감상이 도움이 된다. 식사습관도 바꿔야 한다. 식이섬유가 많이 든 채소·과일(껍질 포함) 섭취를 늘린다. 민 원장은 “식이섬유만 섭취하고 물이 부족하면 오히려 변비가 심해진다"며 "하루 8컵 정도의 물을 함께 섭취할 것”을 권했다.

배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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