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美육류수출협·매일유업 'O-157광고' 국제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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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쇠고기로 만든 이유식(離乳食)은 문제가 있나.’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논란이 급기야 미국을 대표하는 미국육류수출협회(EMF)와 국내 매일유업간의 국제 분쟁으로 비화되고 있다.

지난 1일 MEF가 매일유업의 이유식‘맘마밀’광고를 허위과장광고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한 데 대해 매일측이 10일 MEF의 의견광고를 비방광고 혐의로 맞제소한 것.

매일측은 10일 공정위에 제출한 서류에서“MEF측이 지난달 26일 한 일간지에 게재한 의견광고는 근거없이 우리 회사를 비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 공방의 발단〓매일유업이 11월 23~26일에 걸쳐 6개 유력 일간지에 게재한 이유식 맘마밀 광고에서 11월 12일자 여러 신문에 보도된 '미국 쇠고기, 절반이 O-157 감염 가능성' 기사를 인용하면서부터 논쟁이 시작됐다.

광고 인용 기사의 골자는 "미 농무부 산하 식품안전검사국이 미국산 쇠고기의 50%가 식중독 대장균인 O-157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는 내용이 문제가 된 것.

MEF측은 매일측의 첫 광고가 나오자 바로 "광고 인용 기사는 'cattle(살아있는 소)' 을 쇠고기(beef)로 오역해 생긴 오보(誤報)며, 기사가 나온 후 해당 언론사에 정정자료를 보냈으나 반영이 안됐다" 고 주장하며 광고 중단을 요청했다.

"O-157이란 박테리아는 살아있는 소의 소화기관에서만 서식할 뿐 살코기에는 없다. 게다가 소를 도축해 쇠고기로 만드는 과정에서는 엄격한 검사와 위생처리를 하기 때문에 쇠고기는 안전하다" 는 것이 MEF측 설명.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매일측의 일간지 및 월간지 광고가 계속되자 MEF는 한 일간지에 '미국산 쇠고기는 절대 안전합니다' 는 제목의 의견광고를 게재하는 한편 매일유업을 공정위에 제소한 것. 이 광고 때문에 미국산 쇠고기 유통업체가 타격을 입었다고 MEF측은 주장하고 있다.

◇ 팽팽한 양측 주장〓MEF의 유보희 홍보실장은 "명백히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는데도 이를 인용, 마치 수입쇠고기를 이용해 만든 이유식은 문제가 있는 것처럼 선전한 것은 명백히 잘못된 일" 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매일유업 이유식의 쇠고기 함량은 3% 미만인데 마치 전 제품이 한우 쇠고기로 만든 제품인 양 광고한 것은 과장광고에 해당한다" 고 덧붙였다.

주한 미대사관측도 매일유업 광고가 나간 후 제럴드 매클록린 공보관 명의로 각 언론사에 보낸 기고문을 통해 미국산 쇠고기의 무해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매일측은 "지난달 12일 신문 보도 후 하루 평균 50여건의 항의.문의 전화가 걸려와 회사에 대한 해명 차원에서 광고를 낸 것" 이라며 "이 기사와 관련된 정정보도는 없었으므로 문제될 게 없다" 고 항변하고 있다.

"매일유업은 지난 8월부터 맘마밀에 수입산보다 5배 가량 비싼 한우만을 사용해 오고 있는 만큼 이같은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리는 게 당연하다" 는 입장이다.

한편 공정위 관계자는 "심사 결과가 나오려면 2개월 정도 걸리기 때문에 아직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 면서도 "신문에 나온 기사라도 이를 광고에 인용할 때는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게 의무사항"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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