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와 모의고사 상관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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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수험생들이 ‘수시=논술’‘정시=수능’이라는 잘못된 도식을 갖고 있다. 그러나 수능의 영향력은 정시모집과 수시모집 모두에서 절대적이다. 수시모집 논술전형에서 주요 대학들이 선발인원의 50% 이상을 수능우선선발한다. 이에 따라 수시 수능최저등급이 지속적으로 상향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수능이 전체 입시의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수시전형의 수능 최저학력 강화

대학마다 가장 많은 인원을 선발하는 논술우수자전형은 논술만으로 당락을 결정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모의고사 성적이 좋지 않고, 내신 성적과 비교과에 우위가 없는 학생들이 논술우수자전형에 관심을 보이면서 논술에만 몰두하곤 한다. 논술우수자전형의 핵심을 이해하지 못해서다.

 서울 소재의 주요 대학들은 논술우수자전형에서 수능 최저학력을 요구한다. 최근 정부가 논술 억제정책을 펴자 대학들이 논술 비중을 축소하고, 그 대안이 되는 변별력 요소로 수능을 선택하고 있다. 이는 수시모집에서 수능최저학력이 강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수시와 정시 모두 수능 성적의 영향력이 높아졌다. 이 때문에 모의고사 성적 관리를 학습과 입시의 중심축에 둬야 한다.

 이런 흐름에 맞춰 잘못된 학습구조도 수정해야 한다. 모의고사 성적관리에 영향을 줄 정도로 논술에 투자하는 태도는 잘못된 접근방법이다. 논술 준비는 주 1회정해진 시간 속에서 진행하고, ‘수능 중심성’이란 기둥을 절대 놓쳐선 안 된다. 논술우수자전형에 지원하는 많은 학생들이 수능 최저학력을 충족시키지 못해, 논술능력과 상관없이 탈락의 고배를 마신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

수능우선선발 강화와 논술우선선발 축소

주요 대학들의 논술우수자전형에서 수능우선선발비율이 50%를 넘어서고 있다. 연세대는 70%를, 고려대는 지난해보다 더 높은 60%를 각각 선발한다. 서강대는 2012학년도부터 50%를 수능우선선발한다. 이는 대학들이 선발의 중심축을 수능성적에 둔다는 의미다. 올해부터 실시되는 수시모집 추가선발에 대비해 수시모집의 실질 충원비율이 높아지는 것에 대한 준비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다.

 정부의 논술억제정책에 따라 대학들이 논술 100%선발을 축소·폐지하고 있다. 서강대는 일반전형의 10%를 논술우수로 선발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바꿔, 논술우선선발을 폐지했다. 더불어 많은 주요대학들이 정부의 시책에 따라 논술 100% 전형을 축소하거나 폐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결국 논술을 대체할 평가요소가 필요해질 수 밖에 없다. 수능이 그 역할을 할 가능성이 다분히 높다.

 더불어 수능우선선발과 일반선발의 경쟁률을 달리 이해해야 한다. 수능 최저학력에 대한 조건이 까다로울수록 경쟁률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수십 대 일의 경쟁률을 보이는 논술우수자 전형은 일반선발과 수능우선선발의 경쟁률 간 격차가 크게 벌어진다. 예를 들어 A대학이 논술우수자전형으로 1000명을 선발하는데 3만명이 지원했다면 경쟁률은 30대1이다. 그런데 이 대학의 수능우선선발 비율이 60%라고 하면, 400명만이 일반선발 대상이 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실질 경쟁률은 최소 두 배 이상 올라가게 되는 것이다.

<남형주 이투스청솔교육평가 연구소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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