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력 잃는 수준돼야 중독... 운동 전혀 안 하는 게 더 큰 문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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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호 20면

“진짜 운동중독은 거의 없다.”
체육과학연구원(KISS) 송홍선 선임연구원(사진)의 말이다. 그는 운동 프로그램 전문가다. 국가대표 선수들의 훈련 프로그램을 책임지고 있다. 수영 국가대표 박태환 훈련 프로그램이 대표적인 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펴낸 ‘성인 체력 증진을 위한 운동지침서’를 만드는 데 참여하기도 했다. 엘리트뿐 아니라 일반인들의 운동 프로그램을 짜본 전문가다.

체육과학연구원 송홍선 선임연구원

-운동중독을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국내에서 운동중독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객관적인 데이터는 없다. 진짜로 중독된 사람은 1000명 가운데 한 명 정도밖에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과도한 운동을 모두 중독이라고 볼 수는 없다.”

-운동중독이 없다는 말인가.
“중독된 사례가 없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운동을 많이 한다고 무조건 중독이라고 부르는 것을 경계하자는 얘기다. 운동중독으로 평가된 사람 가운데 대부분은 운동이 습관화된 단계라고 생각한다.”

-중독의 기준이 너무 높은 것 아닐까.
“그럴 수도 있다. 운동에 몰입해 통제력을 상실하거나 금단현상을 느끼는 사람을 운동중독이라고 봐야 한다. 강박관념에 시달리며 운동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중독자들이다. 주변에 그런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내 주변 사람들은 운동을 많이 하는 이들인데, 그들 가운데 운동중독으로 볼 만한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다.”

-운동을 회사 일처럼 여기고 몰입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어느 정도 몰입은 운동 효과를 내는 데 필수적이다. 몰입하지 않고 이룰 수 있는 일이 있을까. 내 주변엔 공무원이었다가 하루아침에 비정규직으로 전락한 사람이 있다. 그는 마라톤으로 그 스트레스를 극복했다. 거의 매일 뛰어 주변에선 운동중독이라고 말하지만 내가 보기엔 그렇지 않다. 그가 그 스트레스를 극복하지 못했다면 일상생활이나 대인관계가 힘들었을 것이다.”

-개인마다 운동중독 기준이 다를 수 있을지 않을까.
“일반인들은 최고 산소 섭취량이나 무산소 역치 수준 등이 최고치인 100%를 기준으로 65~70% 수준에 이르면 한계에 이른다. 의도적으로 그 한계를 뛰어넘으려 해야 운동능력이 향상돼 건강에도 좋다. 기존 한계치를 뛰어넘었다고 무조건 운동중독이라고 할 수는 없다.”

-운동을 너무 많이 하면 문제 아닐까.
“그런 사람들은 영양·운동·휴식의 균형이 흐트러졌다고 본다. 그 균형을 되찾아주면 문제가 해결된다. 이를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휴식을 취해야 한다. 휴식도 운동과 몸 관리의 일부다. 명상 또는 숲 속을 느리게 걸으며 자연과 대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의료계도 운동중독보다는 운동을 하지 않아 성인병 등이 발생하는 문제를 더 심각하게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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