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TV 비교 시연 제발 좀 합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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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LG디스플레이가 10일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마련한 기자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삼성과 LG의 TV 신제품을 비교 체험하고 있다.


이번엔 LG전자 연합군이 반격을 했다. 삼성전자와 벌이고 있는 3D(3차원)TV 기술 방식 논란에 대한 것이다. 공격수로는 LG디스플레이의 권영수 사장이 나섰다. LG디스플레이는 LG전자가 3D TV에 사용하는 필름편광(FPR) 방식 기술을 개발한 회사다. 권 사장은 10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한 기자간담회에서 “셔터글라스(SG) 방식은 플리커링(flickering·화면깜빡임) 때문에 두통과 눈의 피로를 유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셔터글라스 방식은 바로 삼성전자가 쓰는 기술이다. 근거로는 독일에 본사를 둔 환경안전 시험기관 TUV의 시험 결과를 제시했다. 삼성전자가 성능 비교 시연을 피하고 있다고도 했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와 다음의 3D TV 카페에서 비교 시연을 하려고 했으나 삼성전자가 참석할 것처럼 하다 막판에 발을 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다음 카페의 경우 불공정한 비교를 하려고 해 포기했다”고 해명했다. 성능을 개선해 출시 준비 중인 LG 제품과 현재 판매 중인 삼성 제품을 비교하려 했다는 주장이다.

권영수 사장

 권 사장은 간담회에서 “소비자든 전문가든 비교 시연을 제발 좀 하자”고 삼성전자에 제안했다. 또 “(현재 SG 방식을 쓰는) 일본 S사에도 제품 설명을 했다. 거기는 우리 회사 제품을 관심을 갖고 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 소니가 FPR 방식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소리다. 지난 8일 삼성전자가 제기한 “(LG전자의) 패시브 방식은 풀HD가 안 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영국에 본사가 있는 시험인증기관 인터텍(Intertek) 등의 증빙 서류를 내보이며 “국제 기관들이 FPR 방식도 풀HD가 된다는 것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LG 측의 비교 시연회 제안과 관련해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은 아프리카 출장을 떠나기 직전 김포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객관성과 공정성이 확보되면 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만 국내에서는 각 사 제품에 대한 선입견이 있는 상황에서 공정한 평가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의 ‘컨슈머 리포트’ 같은 기관에서 제품을 사서 하는 비교 평가라면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FPR 방식이 새로운 것처럼 보이지만 브라운관처럼 화면에 줄이 나온다”고 혹평했다. 그러면서 “이제 계란으로 바위 치기 식의 소모적인 논쟁을 끝내고 글로벌 스마트TV 시장을 삼성전자나 LG전자가 주도해야 한다. 아이폰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3D TV는 전체 TV 시장의 3%가량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이처럼 첨예한 감정싸움으로 치닫는 것은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국내 시장에서의 자존심 세우기’로 보는 해석이 유력하다. 삼성은 TV시장에서 5년 연속 세계 1위지만 유독 국내에서만 LG와 비슷한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은 3D TV와 스마트TV를 계기로 점유율 차이를 벌리겠다는 의도고, LG는 FPR 방식을 앞세워 ‘한국발 시장반전’을 노리고 있는 형국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 이재용 사장과 LG전자 구본준 부회장의 기싸움 양상도 있지만, 삼성 윤부근 사장과 LG 권영수 사장 간 신경전 성격도 짙다”고 말했다. 윤 사장은 TV시장 1위를 주도해오면서 삼성 내 입지를 강하게 구축했고, 권 사장은 애플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패널을 납품함으로써 스마트폰 경쟁에서 뒤처진 LG의 자존심을 치켜세웠고 FPR 개발에도 성공했다. 양사 간 에이스 경영인 대결에서 두 사람 모두 절대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권혁주·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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