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윤희 조세연구원장 “체납 징수, 민간에 맡겨 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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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23개 국책연구원이 참여한 이번 ‘공정사회’ 세미나에는 다양한 정책 제언이 쏟아졌다. 원윤희 조세연구원장은 체납 징수 업무를 민간에 맡겨 보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시장 원리와 민간의 효율성을 도입해 조세 공정성을 개선해 보자는 얘기다. 2008년 기준으로 국세 체납 발생액은 약 20조원으로 총 국세 부과액의 8.7%에 달한다. 원 원장은 “체납은 성실한 납세자의 세부담을 늘려 공정사회의 장애물이 된다”면서 “미국이나 일본처럼 체납 징수 업무의 일부를 민간에 위탁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용하 보건사회연구원장은 복지 재원 확보를 위해 사행산업에서 거둔 세금을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경마·경륜·경정에 붙은 레저세를 현재의 지방세에서 국세로 통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레저세는 2008년 기준으로 약 9800억원 규모다. 김 원장은 “현재 세수가 서울·경기지역에 집중돼 있어 국세로 통합징수한 뒤 배분하는 게 효율적이며, 사회보장세를 부과해 복지재원으로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인재 교육을 도울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보자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권대봉 직업능력개발원장은 “협력업체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기업이 가진 우수한 교육훈련 인프라를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존 정책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예컨대 흔히 동반성장의 문제를 언급할 때 대기업에 부품·소재를 납품하는 중소기업이 부각되지만 대기업에서 석유화학·철강 등 소재를 사는 중소기업 문제도 간과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송병준 산업연구원장은 “대기업에서 소재 제품을 구매하는 대부분 중소기업은 표면적으로는 갑(甲)의 위치지만 자신에게 납품하는 대기업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석유화학산업의 경우 대기업이 합성수지 제품을 공급한 이후 가격을 결정하는 게 관행인데 특히 요즘처럼 원유가가 급등할 때는 갑작스럽게 가격이 뛰어 중소기업들이 타격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송 원장은 “대기업이 원자재 공급 가격을 사전에 서면으로 제공한다면 중소기업은 이를 제품 가격에 어느 정도 반영해 충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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