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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골프가 무서워요’ 출전 자격 강화한 JLPGA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일본여자프로골프협회(JLPGA)가 “한국 선수들이 너무 세다”며 외국인 선수들의 일본 내 대회 출장 조건을 올 시즌부터 대폭 강화했다.

 JLPGA는 최근 총회를 열고 올 시즌부터 출장 의무대회 수를 늘리고 예선대회 참가조항을 강화하는 내용의 대회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자연스럽게 한국 등 외국인 선수들의 출장 기회를 줄여 일본인 선수들에게 유리한 조건을 만든 것이다.

 올 시즌부터 새롭게 적용되는 규정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의무 출장대회 수를 엄격히 적용하기로 했다. 세계를 무대로 뛰는 한국 선수라 해도 일본 내 전체 대회의 20%(약 7개 대회)에 참가하지 않으면 내년 시즌 출장이 불가능하다. 일본 언론들은 한국 선수 가운데 신지애·박인비 등이 이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둘째, 예선대회 출장을 의무화했다. 일본의 여자프로골프대회는 약 100~120명의 선수가 참가하는데 전년 상금순위 상위 50위까지는 보통 다음 해의 전 대회에 출전할 수 있다. 문제는 나머지 50~70명의 티켓을 건 선발이다. 일본에서는 이 몫을 선발하기 위해 8월에 1차, 11월에 2·3차, 12월에 4차 예선을 치러왔는데 그동안 미국·유럽·한국 등의 투어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는 1~3차는 면제하고 4차만 통과하면 됐다. 그러나 이를 뜯어고쳐 1~4차 예선에 모든 선수가 참가해 경쟁하도록 했다. 예선을 장기간에 걸쳐 치르면 여러 나라를 오가며 활동하는 한국 및 외국 선수들은 일정 조정이 여의치 않다.

 일본 언론들은 “지난해 34개 대회 중 외국 선수가 17승(이 중 한국이 15승)을 거두면서 관객수가 전년 대비 10%가량 줄고 TV시청률도 1.2%포인트 감소했다”며 “똑같은 현상을 보이며 대회 수가 급감한 미국LPGA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한 조치”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번 개정을 주도한 히구치 히사코 JLPGA 상담역은 “국제화도 좋지만 커뮤니케이션(언어) 부족 및 매너 결여, 팬 서비스 등 (JLPGA)회원으로서의 사회공헌이 붕괴되는 걸 우려한 조치”라며 ‘매너’까지 거론해 물의를 빚고 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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