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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목회 면죄부법’ 역풍 맞은 여야 원내대표 2인의 변명 스타일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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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김무성(左), 박지원(右)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와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 로비 의혹 사건으로 기소된 여야 의원 6명에게 면죄부를 주는 내용의 정치자금법 개정안(정자법안)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기습 처리했을 때 기획과 지휘를 맡았다. 그런 그들이 쇄도하는 비난 여론에 직면하자 8일 대조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정자법안 얘기를 스스로 꺼냈다. “참모들이 오늘 하루만 (정자법 얘기를 안 하고) 넘기면 (진정이) 된다고 만류했지만, 공인으로서 국민적 분노에 대해 책임을 피할 생각이 없다”며 법안 처리 과정을 적극 해명하는 발언을 했다.

 그는 “이 일의 원래 의도에는 나쁜 마음이 없었으며, 이 판단을 한 시점에는 그 조항이 개정돼도 청목회 건에 대해선 (연루 의원들의) 면소(免訴)가 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깨끗한 정치 후원금을 유도하기 위해 소액정치후원금제를 만들었는데 급하게 만든 법이어서 법의 불비가 있었고 이 부분은 고쳐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건의가 있었다. 생각이 미치지 못해 생긴 잘못과 오해가 있다면 비판을 받겠지만, 언론에서 너무 심하게 매도하고 있어 솔직히 억울한 점이 많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정자법안 문제를 피해갔다. 제103회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하는 단상이 그의 회의 모두발언의 첫 주제였다. 이어 양건 감사원장 후보자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을 비판한 뒤 발언을 짧게 마무리했다.

 박 원내대표는 전날에도 정자법안에 대해선 긴 말을 하지 않았다.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나 기자들과 통화에서 “소액다수 후원금제는 투명한 정치를 위해 필요하다. 동시에 국민 여론을 감안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정자법안 지지 입장은 원론적 수준에서만 밝히고, 법안을 국회 법사위나 본회의에서 통과시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겨둔 발언이었다. 그는 또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한 자리에서 ‘청목회 사건에 연루된 민주당 강기정 의원이 이 법안을 발의한 것은 문제 아니냐’는 질문이 나오자 “원내대표가 모든 걸 좌지우지하진 않는다”고 답변했다.

 김·박 원내대표의 이런 태도에 대해선 같은 당에서조차 “법안 기습처리를 주도한 이들의 변명치곤 궁색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의 한 재선의원은 “김 원내대표가 억울하다고 하는 것과 박 원내대표가 마치 관전자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당당하지 못한 걸로 비쳐질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소속 의원들의 국회 출석 여부까지 체크할 정도로 장악력이 강한 박 원내대표가 원내 문제를 좌지우지하지 않는다는 건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두 원내대표의 변명을 보니 ‘김무성은 곰, 박지원은 여우’라는 의원들의 보편적 평가가 과히 틀리지 않는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남궁욱·강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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