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변호사마저 ‘떼법’이라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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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현역 변호사들이 길거리로 나서 집회를 벌이는 희한한 광경이 펼쳐졌다. 어제 서울 대검찰청 앞에선 30대 변호사 20여 명이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졸업생 중 일부를 검사로 임용한다는 법무부 방침에 항의했다. ‘검사 임용에 로스쿨 원장 추천 웬말인가’ ‘현대판 음서제(蔭敍制) 부활인가’ 등이 적힌 피켓과 현수막을 앞세우고 구호를 외쳤다. 초유의 사태를 빚은 사법연수원생들의 입소식 집단 거부에 동조하는 집회다. 변호사 575명의 명의로 된 성명서는 “로스쿨 원장 추천으로 검사를 임용할 경우 공정성을 확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법무부의 긍정적인 조치가 나올 때까지 집회를 계속할 계획이라니 적잖은 후유증이 예상된다.

 변호사들은 법무부 방침이 로스쿨 도입과 법조 일원화(法曹一元化) 취지를 거스른다는 입장이다. 지금까지 판·검사는 대개 사법시험 합격 후 사법연수원생 중에서 임용해왔다. 그러다 보니 경험이 일천한 젊은 판·검사가 사회적으로 복잡한 사안을 법전에만 매달려 재단(裁斷)하는 문제가 노출됐다. 로스쿨은 이를 탈피해 다양한 경력의 변호사를 배출하는 제도다. 이를 통해 판사-검사-변호사 간의 벽을 허무는 것이다. 법무부 방침은 이 근간을 흔든다는 게 변호사들의 논리다.

 이번 사태는 한정된 판·검사 임용 할당량을 놓고 변호사·사법연수원생과 로스쿨생이 벌이는 ‘제로섬 게임’ 성격을 띤다. 한쪽에 혜택을 주면 상대는 불이익을 받게 돼 있다. 변호사들의 절박한 처지는 이해된다. 2017년 사법시험이 폐지될 때까지 한 해 사법연수원생 1000명과 로스쿨 졸업생 1500명이 법조시장에 쏟아져 나오면 법률시장은 과포화 상태가 될 수 있다. 그들도 이익집단이다. 이익을 지킬 권리가 있다. 판·검사 임용 문제는 그중 하나다.

 하지만 법을 다루는 변호사는 달라야 한다. 다중의 목청과 힘으로 자신의 뜻을 관철하려하면 곤란하다. 자칫 ‘변호사마저 떼를 쓰니 통하더라’는 인식이 확산되면 변호사가 딛고 서야 할 법치(法治)는 터전을 잃는다. 법무부에 대화를 끈질기게 제의하고 그래도 안 되면 여론에 호소하는 게 순리다.